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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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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발이가 보내 온 소포


BY 이쁜꽃향 2002-03-14

신학기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요즈음
제대로 쉬질 못해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였다.
아침이라고 개운할 리가 없다.
하루쯤 모두 잊고 쉬고 싶다고 느끼며 출근했다.

대충 하루 스케쥴을 점검하고
책상 앞에 앉으려는데
우체부가 왔다.
자그마한 소포꾸러미를 들고서.

누구거냐고 물었더니 내 이름을 부른다.
의아하여 잽싸게 발신자를 살피니
군발이인 장남 아닌가.
아하!
또 편지꾸러미를 부친게로구만...

녀석은 그동안 받은 편지를 모아
내게 보관해 달라며 부친 적이 있었기에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겉에 녀석의 짧은 멘트가 보인다.

어무이~!
싸~랑해요.
열어보고 웃지 마세요...라고.
엥?? 이게 먼 뜻이지???

뜻밖인지라 부랴부랴 소포를 풀었다.

어머나 세상에!!!
군발이의 사탕이었다.
'싸랑하는 어무이'로 시작된 편지가 들어있다.

화이트데이는 닥치고
군인 신분에 사탕을 취향대로 고를 수도 없고
나름대로 그동안 고심했었나 보다.

이 사탕은 그냥 사탕이 아니에요.
그동안 아들이 운전병 하면서
몰래 감추어 두었던 것들입니다.

운전 나갈 때마다 껌 한 통과 사탕 6개를 받았단다.
아마 졸음 방지용이었을 게다.
그걸 한두개는 동료 주고 매일 모아 둔 거란다.
왕비마마 마음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화이트데이를 염두에 두고 모았나 보다.

사탕만 보내긴 너무 초라 해 넣었다는
군발이용 음료수 캔 2개와 건빵 1봉
그리고 제법 세련된 문양의 다이어리 한 권.
촌스럽기 짝이 없는 알사탕들이
아들녀석의 깊은 사랑이라 생각하니
시중에 널려 있는 요란한 치장의 사탕들과는
비교조차 하기 싫다.

사탕 한 알 한 알 만져보며
마치 녀석의 분신인 것만 같아
차마 먹을 수가 없어 여기저기 자랑만 했다.

레몬소주 한 잔 했다는 내 글귀가 맘에 걸렸는지
'어무이, 집에 와인 다 떨어졌는교.
담에 사다 드릴테니 화이트가 좋겠수
레드 와인이 좋겠수'라는 배려까지 곁들인
유머가 가득한 녀석의 편지는
에미의 마음을 달래고
위로해주기에 충분했다.

일순간에 그 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진 듯한 느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짐작조차 못하리라...

아들 빽 믿고 겁도 없이 남편은 사탕을 빼 먹으려다
일신의 안위가 염려스러웠는지
시중에 포장되어 나온 사탕 한 봉지를 사 왔다.

하지만 어찌 군발이 아들의 사탕과 견줄 수 있으랴!!!

편지를 읽고 또 읽고를 몇 번
아! 화이트데이라는 이 밤
아들녀석이 가슴 저리도록 보고 싶다!!!

<호수님, 설리님!!
잘 계시지요?
답 글에 인사 드립니다.
늘 좋은 날 되셔요
좀 한가해 지면
따로 글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