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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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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된다는거


BY mist12 2002-03-11

아침일찍 잠든 아이를 깨워 옷을 입히고 부랴부랴 책가방을 등에 매어주고 학교를 보낸다
다른때 같으면 아침이 환하도록 아직도 꿈속일 텐데 아침도 제대로 못먹고 무거운 가방을 수호신처럼 짊어지고 가는 아이가 대견스럽기도 한편 안스럽기도 하다

학교에 다니기를 이제 일주일이 지났건만 학교에 자리잡기 까지는 아직도 한참을 지나야 할것 같지만 놀랍도록 잘 적응해 가는것 같다
유치과정을 보내고 또래와 어울려 놀면서 어느정도 익힌 사회성 덕분이겠지만 아이 스스로 아침을 먹고 찾아 갈곳이 있다는건 얼마나 행복인가

책과 책가방은 떨어질수 없는 밥과 밥그릇 같은 관계라지만 우리들은 일학년 책안에는 그동안의 가정교육과 유치교육과 학교라는 사회 집단을 익히는 과정이 담겨 있으니 얼마나 무겁고 스트레스 일까마는 우리들의 일학년 과정은 예습도 없고 단지 달라져 가는 아이의 세계를 염탐할 뿐이다

어제는 우리들은 일학년 과정이 성이 차지않아 아이를 데리고 책방에 갔다 책이 눈에 들어 오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고 즐거운데 아이에게는 신기한 조립품같은 책모양에만 관심이 있으니 한권의 책을 짊어지고 학교에 가나 열권의 책을 들고 학교에 다니나 피차 관심과 짊어지는 가벼움을 느끼고 즐거워 하는 차이에 따라 아이들의 색깔은 달라진다 봄옷인지 여름옷인지 아니면 가을인지를 생각하지 않을까?

언뜻 펼쳐보인 책속에는 너무도 리얼한 인체의 비밀에 대해서 혹은 고전적 전래 동화에 대해서 논리적 답변을 요구하는것도 자기의 정체성을 품으면서도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모두가 아이를 키운다는 학부모가 책이 될 수없진 않은가?
내가 무거운 가방을 벗은지도 오래 지났다
밖에 나갈때면 기껏해야 지갑이나 핸드백을 챙겨들지 책을 넣는 무거운 가방을 벗은지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보면 충동구매도 또 눌려 있던 욕망이 움트는 것을 느끼면서도 생활에 대해 일상에 대해 파묻히고 주눅들어 있었지 심연속에 일렁이는 고독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만지작 만지작 책을 사고 싶은 욕망을 느끼면서도 아이에게 양보하고 난 뒤로 물러서야 했다 씩씩대는 봄바람 마냥 잉크냄새를 느끼면서

밥을 먹으면서 우리몸의 구조에 대해 얘기중이었다
우리몸의 구멍에 대해서 찾아보고 답을 보았지만 아이는 답을 내리지 못한다 단지 구멍은 생명과 연관된 소중한 것이라고 일러 주면서도 나 자신도 아이의 답이 언제 나올지 기대된다

지금 학교에선 삼교시가 진행중일 거다
급식란에 여러가지 메뉴가 들어 있었지만 오늘 밥을 먹고 오는지 밥을 먹으면서 어제 일을 기억할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