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는 그 사람이 가는곳은 어디든지 같이 갔었다.
96년 발렌타이데이때 은희는 초콜렛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여기
서 별 반응이 없으면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끝내자고 생각하고.
초콜렛을 주니까 아무런 말없이 그냥 받았다.
포기할까 마음먹었지만 화이트데이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드디어 화이트데이 스터디가 있는날이였다.
기대를 하고 갔는데 그사람은 아직 안왔다. 실망했다.
스터디가 끝나고 집에갈려고 하는데 그사람이 나타났다.
같이 집에 갔다. 같은 방향이므로 같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가 먼저 내린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참을 망설이더니 무언가를 내밀었다.
사탕이였다. 넘 기뻤다.
아~ 조금은 희망이 있구나 싶었다.
희망을 품은채 계속되는 학교생활 5월 5일 어린이날에 학교에서
일일호프가 있었다.
그래서 같이 갔는데 저녁 9시까지 같이 있었다.
집에가자고 하니 오늘 술한잔 하고 싶다며 먼저 가라고 했다.
그래서 은희는 "그렇게 술이 마시고 싶으면 저랑 마셔요. 우리
집 근처에 술집 많아요. 괜찮죠?"하자 그러자고 했다.
그래서 둘은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은희가 먼저 물었다.
"태우씨는 애인이 있어요?"
태우는 "아니요. 그럼 은희씨는요?"
은희 "저는 애인은 없는데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요"하자 누구냐고 물었다.
은희 "태우씨가 아는 사람이예요."하자 더욱 궁금해했다.
은희 "알려고 하지 마세요. 제 말을 들으면 책임도 지셔야하고 후회하게 될꺼예요. 부담느낄까봐 말을 못하겠어요"
그러자 더욱 궁금해 했다.
할수없이 은희는 마음먹었다. 고백하기로...
"제 바로 앞에있는 사람이예요"하고는 부끄러워 고개를 못들었다.
농담하지 말라고 했다. 은희가 농담이 아니라고 하자 태우는 "사실은 나도 고백할것이 있는데..."
얘기하라고 하자"사실은 나도 은희씨 좋아해요"라고 했다.
은희는 놀라 귀을 의심했다.
그렇게 둘은 사귀게 되었다.
태우는 3형제 중에서 장남이였다. 집은 솔직히 가난했다.
부모님은 13평 영세민 아파트에 사시고 동생들 2명을 데리고 부모님과 같은 아파트 다른동에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은희는 걱정이었다. 엄마가 알면 반대하실게 뻔하니까..
엄마는 일단은 집이 있어야하고 다음이 직장 그다음이 차 그다음이 외모 순이기에.
은희는 엄마에게 잘보이게 하기 위해서 무슨날이면 자기돈으로 엄마 선물을 사가지고는 태우가 사주더라고 했다.
엄마는 뇌물에 좀 약한편이기 때문에 그점을 이용한것이었다.
다른 식구들이 다 반대해도 엄마만 찬성하면 결혼할수 있기때문이었다.
속옷도 사주고 과일바구니며 옷이며 엄청 바쳤다.
그러자 점점 엄마의 마음도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분기(2째)는 은희만 보면 맏이한테 시집가서 엄청 고생한 사람들
의 사례만 잔뜩 들려주고 결혼해서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누누
이 이야기 했지만 은희한테는 더욱 촉진제 밖에 되지않았다.
복순(4째)는 동생들은 맏이한테 시집가면 도시락 싸들고 따라다니며 말릴꺼라고 했다.
은희는 '내가 뭐길래 한사람을 저렇게 욕먹게 만드는지. 저사람
도 자기집에서는 귀한 자식인데 우리가족들한테 왜이런 대접 받
아야 하지'하는 생각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학교 과가 중문과기 때문에 중국어를 잘 하려면 중국인과 직접
말을 하면 제일 빨리 배울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나라에 취업나온 중국인을 사귀기 시작했다.
아가씨도 사귀고 아저씨도 사귀고 많이 만났다.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
중국 아가씨가 우리둘이 사귀는줄 모르고 태우한테 결혼하자고
했다. 같이 중국으로 가자고 말이다.
아가씨집은 중국에서 식당을 크게 하고있는데 딸만둘인데 자기
는 맏이란다. 같이 중국가면 자기가 돈 벌테니 태우더러 공부만 하라고 했다.
우유부단하고 남한테 상처 못주는 태우는 거절을 해야하는데 계
속 망설이기만 하고 자기는 장남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살아야 한
다고 중국에 갈수없다고만 되풀이했다.
그래도 아가씨는 계속 포기하지 않았다.
은희와 태우는 그일로 많이 싸웠다.
은희는 사실대로 사귀는 사람있다고 이야기하라고 하고 태우는
어차피 떠날사람한테 상처줘서 떠나게 할필요가 뭐가있냐고..
그러던 어느날 중국아가씨와 은희와 태우는 친국들과 팔공산에 가게 되었다.
팔공산에 가서 텐트를 치고 남자들이 술을 사러 간 사이 일이벌어졌다.
여자들끼리 있으니까 당연히 남자 이야기가 나오고....
은희는 이때가 기회다 싶었다. 그래서 중국아가씨에게 물었다.
애인있냐고. 그러자 없다고 했다.
다시 중국아가씨가 은희한테 애인있냐고 물었다. 은희는 있다고 대답했다. 당신도 아는 사람이라고..
그러자 약간 놀라는 눈으로 누구냐고 하자 은희는 태우라고 말했다.
그녀는 놀라며 미안하다고 몰랐다며 자꾸만 미안하단말만 되풀이했다.
속으로 그녀의 놀라는 모습을 보며 은희는 실수한건지 한번 생각
해봤지만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남자들이 와서 술 한잔을 하고 있는데 중국아가씨가 화장실 간다며 갔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
은희는 찾으로 갔다. 호수에서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것이였다.
은희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몇달뒤 중국아가씨는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돌아가기 며칠전 또 태우에게 중국으로 같이 갈수 없느냐는 편지가 왔었다.
진짜 대단한 아가씨였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1998년 집에서는 다 포기했다.
그래서 은희는 결혼날짜를 잡았다. 1999년 1월 10일에 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엄마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은희는 직장생활하며 돈을 모았지만 엄마의 사위가 되기위해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맞추기 위해 돈을 좀 썼다.
태우가 차 살때 250만원 보태고 임대아파트 계약할때 300만원보
태고 그러고 나니 돈이 600만원 밖에 안남았다.
그것으로 혼수를 해야만 했다.엄마한테 손을 안벌릴려니.
TV와 오디오는 태우가 쓰던것 가지고 오고 냉장고는 MBC방송
국 "앗 나의 실수"에 나와 대상받은거 가지고 가고 전화와 비디
오는 회사그만둘때 회사서 사준거고 식탁과 전자렌지는 친구들
계에서 해주고 드라이기,다리미, 믹서기,토스터기는 친구들 집들
이 올때 사온거고 장농,화장대, 쌀통, 세탁기, 그릇세트,이불 등
만 사는데 250만원 정도 들었다.
예식장비도 엄마 부담될까봐 일부러 무료예식장에서 하고 야외촬
영과 결혼사진 드레스대여등은 아는 선배한테 해서 토탈 120만
원 주고 했다.
그리고 엄마 장보라고 100만원주고 예단 없이하고 시댁에 어른
들 옷 사입으라고 100만원 등등 준비가 한참이였는데 엄마는
시집가기전에 엄마한테 얼마의 목돈을 주고 갈줄 알았나보다.
그래서 계속 트러블이 있었다.
은희는 결혼하기전에 엄마한테 해주고 싶은거 다해줄려고 해외여
행도 보내드리고 집에 장농도 바꾸고 한옥지붕에 비샌다고 해서
100만원주고 나름대로 했다고 했는데 또 바라는 엄마가 너무 미웠다.
결혼하기 전날까지 엄마와 싸웠다.
은희도 남는돈만 있었으면 주고 가고 싶지만 없어서 못주는걸 어
떡하라고 엄마가 너무 야속했다. 다른엄마들은 딸이 시집갈때 하
나라도 더 해주려고 한다는데라는 생각도 했다.
결혼식날 은희는 한번도 엄마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렇게 결혼하고 나서도 또 돈때문에 엄마와 싸웠다.
야외촬영 했는거 120만원인데 양쪽에 60만원씩 부담하기로 했는
데 엄마는 그돈을 주지 않는것이였다.
그래서 은희는 친정에도 자주 가지 않았다.
대구에 갈일있어도 시댁에 갔다가 언니들 얼굴만 보고 엄마보러는 가지않았던 것이였다.
그렇게 지내다 아기를 가졌다. 다행이 입덧이 없어서 열달을 무사히 보냈다.
아기를 나으러 들어갔는데 얼마나 힘들고 아픈지 엄마생각이 절
로 나고 엄마한테 그동안 못했던것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다.
엄마도 이렇게 힘들게 나를 나았을텐데 하는 생각에 그까짓 돈때
문에 엄마에게 했던 행동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엄마가 뒷바라지 해준다는것을 시어머니가 해준다며 거절했던것
을 생각하니 더욱 미안하고 엄마가 보고싶었다.
1박 2일만에 아기를 나았다. 아들이였다.
병실에 엄마가 언니와 찾아왔는데 은희는 너무 미안하고 죄송해서 엄마를 끌어안고 울었다.
역시 엄마가 되고나서야 엄마의 마음을 안다는 그 말이 맞는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