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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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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가기 전에...


BY ps 2002-03-05



가뭄이 심하다는 그곳처럼
이번 겨울에는 비가 무척 적었습니다.
낮 최고기온이 20 - 25 도를 유지하는
온화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따스한 미풍이 불어오는
L.A. 동쪽의 어느 조그만 산자락에서
조촐한 장례식이 올려지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미국에 와서 10 여년 살다가
아내와 어린 아들 하나 데리고
고국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던
고교 동창생이었습니다.

구정이 며칠 지난 어느날,
고교 동창 산악인들과
진부령을 오르다가 미끌어져
80 넘은 노모와 다른 가족들을 남겨둔 채
먼저 떠난 녀석이었습니다.

한국에서 5일장을 치루고... 화장을 하고...
어머니와 형, 그리고 동생 가족들이 있는
이곳으로 돌아온 무심한 재와
사진 하나 달랑 있는
허전한 예식이었습니다.

고1인 아들녀석이 영정을 안고
장례식장을 나서는데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그리고 저녁엔
다른 고교 동창 녀석의 아버지
팔순잔치가 시내에서 있었습니다.
정정하시어 보기좋던 모습...

너무나 색갈이 다른 두가지 일을
같은 날 겪고 나서
문득 조바심이 났습니다.
태어나는 순서는 있어도,
떠나는 순서는 없다는 거...


떠나기 전에
가끔, 아주 가끔
나만을 위해 욕심 조금 부려보는 거...
필요하지 않을까...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