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이는 가슴으로 초등학교 입학식에 갔다온것이 참말로 엊그제 같은데...
아이는 정갈하게 교복을 갖추어 입고는 중학교 입학식에 갔다.
너무도 설레이고 너무도 기분 좋다는 말과함께
겅둥거리며 뛰어나가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참말...많이 컷구나 싶다.
아이의 성장만큼 난 세월을 먹었을텐데.
내 먹은 세월은 뒤로감추어져서는 안 보이는데.
아이는 어느새 훌쩍 몸도 마음도 많이 커버렸나보다.
11시까지 학부모들의 모임이 있다고 알림장은 내게 쥐어주어놓고는
아이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내가 뭐 어린애냐고.
엄마 오지 않아도 되니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그래, 그러지 뭐.
혼자만의 생각으로 아이의 등교 뒷정리를 하던나는
새삼스레 아이가 입고간 교복에 다시금 시선이 간다.
이미 아이는 저 만큼 뛰어가버렷지만.
나는 내 중학교 입학식때의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몰래 웃음과 눈물을 함께 했다.
제 몸에 꼭 맞는 교복을 내아이는 입었지만.
내 중학교 입학식에 입은 교복은 그야말로 삥아리 우장만큼이나
너무도 크고 헐렁했었다.
" 쑥쑥 크는애들인데... 삼년을 입으려면 이만은 해야한다 "
오빠들이 너무 크다고 말렸어도 엄마는 내게 내 몸보다 훨~ 큰 교복을
맞추어 주셧고.
그 교복을 찾아왔을때는 나는 그 자리에서 한바탕 울고야 말았다.
아무리 삼년을 입어야한다고는 해도
소매는 몇번을 접어야만 양손이 나왔었고.
밑의 치마는 몇번을 둘둘말아 올려야만 입을수가 있었다.
너무나 헐렁한 품은 도대체가 사람이 옷을 입은것인지.
옷이 사람을 입은것인지 분간이 안갈정도로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컸던 것이다.
교복을 입을수 있다는 기쁨보다는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될것이 내겐
큰 고통으로 닥아왔다.
엄마는 이리둘러보시고 저리둘러보시면서도.
너무 크다는 생각은 드시지를 않는것인지
" 낙낙하니 참 좋기만 하다 "
하시며 혼자서 좋아하신다.
끝내 흘린 내 눈물에 결국은 지지배가 재수머리 없이 좋은날 운다고
빗자루와 총채로 허벌나게 맞고 말았다.
그렇게 매를 맞?瞞諍?
입학식 당일날...
난 학교에 다녀오겠읍니다의 목소리가 울림으로 나왔고.
엄마의 빗자루와 찰고무신이 무서워 볼 먹은 소리로 대충 인사를 하고는 집을 나왓지만
참으로 등교 첫날은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학교는 가야하는것.
혹여라도 아이들이 남의거 얻어입었다는 소리를 할까봐
눈도 마주치지 못한채 반 배정을 받고 선생님의 말씀도 귀에 들어오지 않은채
혼자서만이 전전긍긍 했지만서도.
그 어느 누구하나 내 옷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었다.
거의 모두가 나처럼은 아니어도 낙낙하니 헐렁해 보인다.
그때 그시절엔 아마도 생활들이 힘드니까
거의 모든 엄마들이 우리 엄마처럼 그렇게 삼년을 입으라고
본인의 칫수보다는 크게 맞추어준거 같다.
지금의 아이들이야 과연 누가 그렇게 입으려 할까.
내 아이 역시도 제 몸에 꼭 맞는 교복을 해 입혀주니
저리도 예쁘고 고와 보이는것을...
브라우스부터 스커트, 조끼와 마이까지 아이의 옷은 말 그대로 맞춤 이었다.
아마도 내 어릴때 살던 그시절을 다시 살라고한다면...
지금은 죽어라하고 현실을 도망가겠지.
비록 삼십년이 넘는 세대차이라 하지만.
교복 하나에도 내 엄마와, 딸아이 엄마인 나의 세대차는 심하게 벌어지는것을...
삼년은 고사하고 일년이라도 정갈하고 곱게 입어주었으면.
그리고 일년후엔 지금보다 훌쩍 더 커버려서는 제 에미의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려주었으면.
교복에 들어가는 그 돈보다.
아이가 그만큼 더 큰것에 난 더 관심이 가질테니까.
딸! 중학교 입학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