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쌍의 남녀가 그 고장에서 괜찮은 것으로 손꼽히는 어느 호텔의 프
론트 데스크에 나타났다.
"내 처와 함께 욕실 달린 방에 투숙했으면 하는데···"하며 신사가
말을 했다.
"대단히 미안합니다만 지금 비어있는 방은 하나뿐인데 거기엔 욕실이
없습니다"라고 접수하는 담당자가 말했다.
"여보, 욕실이 없는 방이라도 괜찮겠어요?"라고 남자는 곁에 서 있는
젊은 여인에게 물었다.
"좋다 마다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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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uple stepped up to the desk clerk of one of the city's
nicer hotels.
"I'd like a room and a bath for my wife and myself."
said the gentleman.
"I'm terribly sorry, sir," said the clerk, "but the only room
available doesn't have any bathroom facilities."
"Will that be all right with you, dear?" the gentleman asked the
young lady at his side.
"Sure, mister," she said.
참고)
step up to ~ : ~에게 다가가다
mister :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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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몇 마디]
우리나라 만큼 러브호텔이 많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좀 가 볼만한
곳이다 싶으면 도로 옆에 러브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또 어느 곳에는
아예 러브호텔로 이루어진 유원지가 있다. 경기도 장흥이라는 곳엘 운
전연습 겸 간 적이 있다. 그곳에 가면 식당과 러브호텔이 전부다. 물
론 찻집, 술집도 더러 있지만.
지나다 보면 차 안에서 그 모텔의 주차장이 들여다 보이는데 하나 같
이 번호판을 가리개로 가려놨다. 투숙자가 신분 노출을 염려하지 않고
고 대사를 치룰 수 있도록 업소측에서 배려를 한 것이다.
전에 같이 근무하던 직장 동료는 부인이 아들과 남편을 두고 필리핀으
로 약학 공부를 하러 갔다. 그런데 그 친구는 밥은 굶어도 여자 없이
는 못산다고 하는 아주 다정다감한 사나이다. 그러니 부인과 생이별하
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당연히 많은 여자를 만났다. 그 친구 왈 "모
텔에 안내 직원이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도 절대로 손님의 얼굴을 쳐다
보지 않도록 되어 있다. 왜냐면 신분이 알려질 것을 염려하지 않도록.
"
우리나라에 와서 강사를 하는 캐나다 여자 교포 하나가 "왜 한국에는
러브호텔이 그리 많으냐?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부부가 서로 싫으면
이혼을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데, 한국에는 같이 살면서 몰래 다른
남녀를 만나는 것 같더라."라고 의아해 했다. 그래서 내가 "우리 한
국 남자들은 파트 타임 부인을 좋아한다."라고 농담을 하고 말았다.
위 유머에서는 남자는 부부처럼 행동하려고 "여보(dear)"라고 하지만
여자는 평소의 습관이 튀어나와서 "선생님(mister)"라고 말해서 스스
로 혼외의 관계임을 드러내고 있다. 외국인들은 남남 간에도 서로 친
해지면 나이나 신분에 관계없이 이름을 부르며 지낸다. 그런데 부부간
에는 누가 "선생님(mister)이라고 부를까. 평소에 부부가 아니어서 그
렇게 부르니까 호텔에 가서도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지.
우리 나라에서는 신혼 부부들이 자기 남편을 "오빠"라고 불러서 이상
한 기분을 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하면 옛날 어른들은 질색
팔색을 하고 야단을 쳤다. 연애시절에 "오빠, 동생"하던 것이 결혼했
다고 하루 아침에 바뀔 수야 없지만 TV에 나와서 자기 남편을 "아빠
"라고 하는 것은 바꿔야 한다. 잘못하면 자기 친 아빠로 혼동하기 때
문이다.
위와 같이 평소 습관 때문에 일을 그르친 경우는 많다. 그 중에서도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본 영화 '대탈주(The Great Escape)"가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는 2차 대전시에 독일군 포로 수용소에서 연합군 포로
들이 땅굴을 파고 도망치는 것인데 배역은 '찰스 브론슨, 스티브 맥퀸
, 제임스 가너, 제임스 코반' 등 호화판이었다.
이들은 각국에서 한 가락 씩 하는 사람들로 지혜를 모아서 탈출에 성
공한다. 그러자 전국에 비상이 내려지고 하나 둘 잡혀 들어온다. 그
과정에서 스티브 맥퀸의 오토바이 질주 장면은 압권이다. 그런데 제임
스 코반은 영국군 포로로 나오는데 독일어도 잘한다. 그래서 검문을
잘 통과한다. 자전거를 훔쳐타고 가다가 기차로 바꿔 탈려고 하는데
독일군의 검문이 시작된다. 순간 순간을 잘 넘어가다가 마지막 함정
에 걸리고 만다. 독일군이 아무래도 의심스러워서 영어로 "Have a
nice trip."라고 말을 건네니까 얼른 "Thank you."하고 영어로 대답
을 한 것이다. 영어를 못알아 듣는 것처럼 응답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알아듣고 친절히 응답까지 하니까 산통 다 깬 것이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정식 부부들은 어디로 여행을 가도 그렇게
찰싹 붙어다니거나 남의 눈에 띄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런데 불륜의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더 다정하게, 더 튀게 행동해서 금방 정상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 어쩌다 우리 아줌마와 함께 경기도 지역으로
드라이브를 나가면 차에 탄 사람들도 부부가 아닌 사람들은 금방 눈
에 띈다. 벌써 표정부터가 다르다. 혼외의 관계가 좋기는 좋은가 보
다.
한번은 직원들과 야유회를 양평 남한강 유원지로 간 적이 있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절경이었다. 영화와 TV연속
극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그런데 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씨에
중년의 남자가 여자의 허리를 감싸안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강물을 바
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같이 간 직원 하나가 "제네들도 그렇고
그런 사이구먼. 부부사이라면 저 정도로 붙어서 티를 내지는 않을 거
야." 하고 빈정거렸다.
훔친 사과가 더 맛이 있고 숨어서 하는 행동이 더 아슬 아슬 재미있다
고 한다. 그래서 불륜의 관계가 더 애절하고 좋은 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 관계도 조금 지나서 알거 다 알고 줄거 다 주고 받으면 어
떻게 하지??
아, 배고프다. 일요일 아침 새벽잠이 없는 이 느티나무 컴앞에 앉아서
영양가 없는 야그 늘어놓으니 배꼽시계가 끊임없이 울려댄다. 세상 모
르고 꿈속을 헤매는 우리 아줌마는 이 시계소리가 들리지도 않나? 잠
자는 사자를 건드릴 수도 없고 아고 내팔자야... 냉장고나 뒤져봐야겠
다. 그러지 말고 새벽잠이 없는 아줌마를 어디서 하나 구해볼까나.
(ㅋㅋㅋ)
전국에 계신 아컴님들이시여, 낭군 체력을 생각해서 일요일 아침을 일
찍 주시길 바라나이다. 그게 다 자기를 위한 것이란 것을 통촉하오소
서. 왜 우리 집 아줌마는 "낭군 체력 = 나의 기쁨"이라는 초등학교
산수도 이해 못하고 꿈속을 헤매는지 나는 모른다오.
오늘 좋은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제가 손이 너무 싸서 하루 종일 자
판 두들겨도 끊나질 않을 것 같아서 이만 끝내겠습니다. 이 손이 싼
사내를 용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