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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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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가득한 나의 집


BY 쟈스민 2002-03-02

한낮의 눈부신 햇살이 거실을 한결 넓고 밝게 만들어 줍니다.

겨우내 곁에 두고 살았던 화분들을 살그머니 베란다로 내다 놓고
햇살과의 이야기를 만듭니다.
부서지는 햇살과, 싱그런 풀빛의 미소는 참 잘 어울렸습니다.
도란도란 속삭이는 말소리가 가만히 내 귀를 간지럽힙니다.

아이들과 따스한 베란다에 앉아서 하염없이 잎사귀의 먼지를 닦아주기도 하며
모처럼의 휴일을 한가롭게 보냅니다.
늘상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내겐 참 소중한 시간입니다.

이렇게 좋은 날씨엔 어디라도 다녀오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내 손길 기다리는 집안 곳곳 쓸고 닦으며 새로운 봄을 맞아들일 준비를 하는 일도
내겐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할 만큼 즐겁고 좋은 시간입니다.

새벽녘의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에 일을 하러 먼길을 나서는
남편의 뒷모습에서 조금은 삶의 서글픔을 느낀다 해도
그가 돌아와 편히 쉴수 있는 내가 여기에 있으니
그래도 행복합니다.

말다툼이라도 벌이는 날이면 다시 안볼 사람들처럼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지만,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칼로 물베기식 부부싸움을
우리도 가끔은 하겠지요

그것조차 아직은 사랑이 남아있어서일꺼라고...
우리는 애써 그렇게 위안삼으며 오늘 하루도 용기내어 살아보렵니다.

아직은 새벽공기가 차다고 잠에서 부스스 깨어나 먼길을 재촉하는 남편에게
얇지만 따뜻한 스웨터 한장을 챙겨줍니다.
하룻밤을 자고 온다는 그의 옷 가방을 챙기면서
잠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납니다.

이제 머지 않아 그녀의 집에는 핑크색 제라늄이 한껏 폼나게 피어날 것이며,
노오란 봄꽃 몇점 베란다 한켠에 자릴 잡겠지요.

봄엔 수선화 향기도 참 좋고, 후리지아의 맑은 노랑빛 향기도 참 좋답니다.
봄엔 왠지 자꾸만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난 그 봄꽃들과 한없이 눈맞춤을 하며,
마음을 터 놓으며, 하릴없이 보내는 시간을 즐길것입니다.

바람결에 꽃향기가 실려 온다면
그것은 나의 집 창가에서부터였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풀향기 솔솔 풍겨나는
긴 햇살이 가득한 나의 집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일 예쁘고, 깔끔한 접시를 꺼내어
고운 솜씨 뽐내어 상큼한 과일을 담아내고,
향기 좋은 차 한잔을 나누고 싶습니다.

화사한 주말 오후입니다.

봄을 닮은 빛깔고운 식탁보 하나 새로이 얹어 두고서...
나즈막한 음악이 흐르는 햇살가득한 창가에서
책도 읽고, 짧은 끄적거림을 하는 시간이 내겐 참 소중한 일상입니다.

그가 돌아오는 시간 무렵이면
나는 똑똑 경쾌한 도마소리를 노래하듯이 내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마술이라도 부리고 있을 것입니다.

지치고 힘든 어깨를 쉬어갈 쉼터...
나의 집이 그에게 그런 쉼터가 되어주도록
나는 오늘도 아끼고 다듬어 주렵니다.

새싹이 돋아나듯 사랑도 그렇게 새록새록 자랄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오늘은 그에게 내 마음을 담은 메일 한통으로
나만이 줄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띄울 겁니다.

꽃을 사랑하듯
그를 사랑한다면 그는 어떤 생각 할까요?

단한번뿐인 삶이라면 정말 사랑하며 살아햐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