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두번..
시댁식구들 9남매 남매계가 있다.
그렇게 모임이 있던 날..
이번모임은 시골에 계신 큰 시누댁..
(큰누나와 울엄마와는 나이가 똑같당..^^)
밤 늦게 서울서 내려 온 식구들..
나 역시도 밤 늦게 도착해서 저녁을
먹으려고 상 한쪽에 앉아 막 수저를 드는데..
시누 형님들은 이미 저녁을 다 먹고
빈그릇들을 나르며 곧 설거지 할 분위기다.
도저히 밥을 먹을수가 없을 것 같다..
설거지는 내 담당이 아니던가..
9남매의 막내인 나..
유일하게 내가 할수있는 일이라곤 그 설거지뿐인데..
벌써 그릇들을 나르고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도저히 이런 분위기에선 밥을 먹을수가 없을 것 같다..
지금이야 명절날 설거지는 조카며느리가
도맡아서 하니 그마져도 할일은 없지만서도..
이렇게 시댁식구들 남매계를 하는날이면
여지없이 설거지는 나의 몫이 아닌가..
"형님..제가 할께여~"
"구래..자기가 좀 해.."
이상하네..
다른때같으면 말이래도 저리 안했는데..
더군다나 난 아직 밥도 안 먹었고만..(←나 밥매니아-.-)
순간 서운함이 밀려온다..
그런데다 난 심한 목감기까지 걸려서
간신히 힘들게 말할 정도로 목이 팍 쉬었다..
그새 어두워진 시골의 밤..
온식구 모두들 마당에 나가서 모닥불 지피며
군고구마를 구워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하하호호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고 있었고..
나는 저녁밥도 못먹고 부엌에서 혼자 댕그라니
남아서 그 많은 설거지를 하느라 애쓰고 있었다..-.-;
결국은 밥도 제대로 못먹고 엄청시리
많은 설거지를 하기위해 싱크대에 서있자..
갑자기 왠지모를 소외감에 서운함이 밀려왔다.
도대체 왜그러지..예전과 너무 다르다...
우리 형님들..시누님들..얼마나 좋으신 분들인데..
난 사실 지금까지도 시댁식구들..
엄마같고 언니같고 아버지같고 오빠같다고..
남들에게도 얼마나 자랑하고 다녔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오늘 식구들의 모습이
왠지 더 눈물겹게 서운하기만 하였다..
갑자기 주방에 들어온 둘째 형님이
설거지를 하고 있는 나를 급히 부른다.
"동서~ 거기있는 물김치 통 좀 가져와~"
"..네..ㅡ.ㅡ"
그러며 냉장고앞에 서있는 형님에게 김치통을 건네주니
갑자기 형님이 나보고 넣으라며 걍 나가버리는게 아닌가..
아니..지금 날 극기훈련 시키는건가..
그런 형님의 모습을 보고는 급기야 난 확~ 맛이 가삐렀다..
난 그만 이성을 잃은 나머지 김치통을 걍
바닥에 팍~ 내려놓고는 주방을 나와 버렸다..
마당에 있던 식구들..
그런나의 모습을 보고 놀라며 묻는다..
"왜 그래??"
난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저 집에 갈래여..다시는 이모임에 안 올거예여!!."
흠마나..근데 목소리가 안 나온다..
심하게 목감기에 걸린 난..
목이 너무 쉬어서 대통령 목소리보다
더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만 새어 나오자..
남들이 도저히 알아 들을수가 없을 정도이니..
정말 답답해서 미티겠다..@@
마침 안방에 계시던 큰형님이 나오시더니
밤늦게 집에 가겠다는 나를 붙잡고는
마치 어린애 달래듯히 웃으면서...
"왜그래~~ 이밤에 어딜 가겠다고~ 대체 왜구러는데~~"
친정엄마같은 큰시누도 날 붙잡는다..
그러자 난 급기야 서러움에 복 받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완죤히 쉰~소리를 내며
흐느끼면서 이렇게 얘길 하였다..
"흑흑..저기여..형님이 글쎄..김치통을 가져오라고 하더니여..흑흑
$%$# 나는 밥도 못먹고..@#$ 설거지는 나혼자만 하고..@#$
저.. 이젠 다시는 안올꺼예여..@#$..흑흑.ㅠ.ㅠ"
.
.
"야~ 너 왜그래??"
" 흑흑...잡지 마세여..흑흑..#$#$..저녁도 못먹구..흑흑~"
"야!! 너 꿈꾸냐??"
"ㅜ.ㅜ..........."
........ㅡ.ㅡ;
증말 미티겠네..
그럼..지금 나 꿈.. 꾼거란 말여??
왠일이래.. 잠꼬대까정 다하고...흐미..-.-;
내가 왠만해선 잠꼬대를 안하는 사람인데..
얼마나 서럽고 서글펐으면..
목쉰 대통령버젼으루 잠꼬대까지 다한디야~~@@@
(에~~) 흑흑..형님이여..김치통을...밥도 못먹고..
저 갈래여..붙잡지 마세여..다시는 안올래여..흑흑...
아침에 남푠 출근길에 이렇게 쉰목소리로
한밤에 흐느끼면서 잠꼬대를 하게 된 이야기를 해주니
참내..무쟈게 웃는다..에이~~ 쩝..
다시 생각해도 우습네..ㅎㅎ^^
님들이여..
시댁식구 친정식구들과 모두모두 잘~~지냅시다여..
우리의 친정식구들은
다른사람 입장에선.. 시댁식구가 될것이고..
우리의 시댁식구들은
다른사람 입장에선.. 친정식구가 되는게 아닐런지여..ㅎㅎ
.
.
에~~~
그러지~~ 않아여???(←김대통령 버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