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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아케시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조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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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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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


BY cosmos03 2002-02-28

" 누구세요? "
내가 먼저 묻는다.
" 나요? 난 장미인데요 "
( 니가 장미라면 난, 장미보다 향기와 화려함이 더한 백합이다 )

" 아~ 네...그러세요 "
" 우리 놀까요? "
" 놀아요? 뭐하고 놀까요? "
" 그냥 얘기해요 "
" 무슨... "
" 아무얘기나요 "
" 그래요. 그럼 먼저 시작하세요 "
" 님은 무슨 얘기를 듣고 싶으세요? "
" 님은 여자이지요? 그렇다면 저는 님의 남자친구 얘기를 듣고 싶네요 "
" 남친이요? "
( 남친? 남친은 또 뭐꼬 )
" 네, 남친이요 "
남친의 뜻도 모르면서 선뜻 남친의 얘기를 듣고 싶다했다.
그랬더니 상대방 바로 글이 올라온다.

" 저기요, 있잔아요. 제가요 세이에서 남친을 하나 알았거든요 "
" 네에 근데 몇살이예요? "
" 남친이요? 16살이예요 "
( 아하! 남친은 바로 남자친구의 약자이구나 )
" 어머나~ 연상이네요 "
" 네 ^^* 조금... "
" 근데 어때요? 남자친구와는요? "
" 열라 잼없구요. 졸라 졸려요 "
( 헉! 이건또 뭔소리? 열라? 졸라? )
" 네에 그렇군요. 왜 재미가 없으세요? 그리고 왜 졸리구요? "
" 맨날 지가 오빠래요. 그리구요 "
" 잠깐만요. 님은 지금 14살이니 오빠 맞잔아요 "
" 그래두요. "
" 네, 그랬군요. 근데 장미님! 내가 알기로는 님은 이미 남자친구가 있는걸루 아는데요 "
" 네? 그 남친이요? 그 남친하고는 빠~ 했어요"
( 빠? 빠이빠이인가부다 )
" 아니 왜요? 그래두 좋다고 했잔아요 "
" 그전에나 좋았지요. 지금은 안좋아요 "
" 그전이라뇨? 얼마나 됐다구요 "
" 어후! 벌써 두달이 넘었는데..... "
( 흠마야! 뭔 애들이 두달이나 ?磯募?말을 그리 가볍게 쓰냐? )
" 두달이면 서로 잘 알지도 못할텐데..."
" 왜 몰라요? 우린 하루만 보면 절라 알아요 "
( 하루만 보면? 이건 세대차이가 나도 너무나는군 )
" 그런데요 장미님! 장미님은 왜 고운말을 안 쓰세요? "
" 네? 무슨말이세요? "
" 열라, 졸라, 절라... 뭐 이런거요 "
" 그게 왜 나쁜말이예요? 우린 그런말 맨날쓰는데요 "
" 그래두...고운말로는 안 들리네요 "
" 에이~ 아닌데 오늘은 정말로 좋은말만 쓰는데... "
" 그럼 다른날은 더 한가요? "
" 아우~ 이런건 욕두 아니예요 "
" 장미님! "
" 넵 "
" 장미야! "
" 넵 "
" 딸 너..."
" 켁! "
" 이누무 지지배 고운말 안쓸껴? "
" 허걱~ "
" 너 이누무 지지배 이따가 봐 "
" 왜 엄마 지금 일어나게? "
" 그려, 농협에 볼일이 있는데 깜박혓어 "
" 님! 그럼 빠빠이 "

딸아이는 끝까지 내게 농담을 하고는 제 볼일을 본다.
볼일이 있어 난생처음 피씨방 이라는곳에를 갔었다.
지하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풍겨오는 옛날 사랑방 냄새.
노인분들이 모여앉아 곰방대에 담배를 태우시던 그런 지독한 담배냄새가 난다.
들어가보니 성인은 별로 없이 모두가 어린아이들만이 있는데.
도데체 누가 이리도 심하게 담배들을 피우는지...
숨이 다 막힐지경이다.
두사람... 2000 원을 주니 1 시간짜리 티켓을 준다.( 카드 같은거 )
아이와 나는 각자의 컴퓨터에 나누어 앉아 제 볼일들을 보았는데.
난 꼭 필요한 일로 들어와 10 분이 되니 모든 볼일이 끝이난다.
하릴없이 딸아이를 바라보니 아이는 생긋 웃으며
" 엄마~ 우리 1:1 쳇 할까? "
한다.
무료하기도 하지만 1 시간 끈고 들어온 1000 원이 아까워서
그러자~ 라고 대답을 하였다.
아이가 방을 만들고...
아이와 나는 많은 대화를 할수가 있었다.
딸과 엄마가 아닌 그냥 사이버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그래서인지 아이는 제 속내를 농담처럼 내게 들어내 놓는다.
엄마라는 이름도 있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고.
서로가 글속에서 만나니 아이는 편안함을 느꼇나보다.
그냥 중간중간을 생략해서 조금만 올린 글이지만...
가끔은 아이와 이런 시간을 갖엊으면 한다.

이천원의 돈으로 인해 아이와 나는 많은것을 공감할수 있었고.
제 아빠 모르는 둘만의 비밀이 생긴거 같아 재미또한 있었다.
다만 요즘 아이들의 사이버 언어에 내가 좀 민감해진다는것이 흠이지만...
짧게갖은 아이와의 밀폐된 공간에서의 만남.
무언가 둘만이 공유할수 있는게 생긴것도 같고...
삼십년 넘는 세대차이를 한순간은 훌쩍 뛰어넘은거 같아 마음이 가벼웁다.
집안에서는 한대의 컴퓨터만 있으니 언감생심 딸과의 채팅을 꿈도 못 꾸어보지만.
채 1 시간도 못되는 시간에 2000 원의 돈으로 딸과 갖은 오붓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