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맨날 술얘기만 하니 정말 술꾼같네요...그럼 아닌가??
이사건을 마지막으로 결혼전 추억담은 마무리 할까 합니다.
새로운 연작콩트를 기대해 주세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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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동호회에서 또 번개가 있었습니다. 종로 '내슈빌'에서요.
종로가 번개하기엔 가장 만만한 장소였습니다.
그날따라 사람도 많이도 왔습니다. 거의 20명 가까이 되었으니까요.
보통 번개하면 10명 안팎이었는데 비해 많이 온거지요.
원래 학교 선후배들이 만나면 편하니까 거의 부어라 마셔라가 됩니다.
아니...저의 교우모임은 항상 '술' 그자체가 목적이지요.
2차로 '하얀집'이란 곳을 갔는데 그곳에서 과일주, 야채주를 색색깔로
바꿔가며 마셨더랬습니다.
말이 과일주지...소주에 색깔만 다르게 한것이지요.
역시 저는 거의 맛이 갈지경까지 마셨고 이사람 저사람 툭툭쳐가며,
욕하며 민폐를 끼치자 형이 절 델꾸가겠다고 자청하고 나왔겠지요.
전철역으로 가면서 구두굽하나 부러뜨리고....
여차저차 제가 사는 역까지 왔습니다.
제가 정신을 못차리고 헤매자 형이 집으로 전화를 한모양입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가는 것이 그때까지 우리집앞에 많이 갔었는데
왜 집에 전화를 했는지 모르겠네요. )
마침 저의 아버지도 취하신 상태였는데 제가 술취해서 헤맨다는
전화를 받으셨으니 거의 노발대발이였죠.
아버지도 직장후배의 부축을 받으시며 나오신 겁니다.
(부전여전입니다. 사실 제가 거의 아버지의 술버릇의 대를 이었다고나
할까요? 저의 아버지에 얽힌 술사연도 만만치 않답니다.
여기서 한가지만....제가 저의 아버지를 파출소가서 주워온(?) 적도 있답니다.
아버지가 술취해서 전철역사에 쓰러져 있는걸 어떤학생이 파출소로
모시고 가서 제가 파출소가서 찾아온 사건을 주워왔다며 아빠를 놀리곤
합니다. 하나더 덧붙이자면 아빠가 박사학위받으시고 동창들로부터 받은
행운의 열쇠를 아빠는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시지만 제가 챙겨놨었죠.
엄마랑 비밀로 하기로 하고요. 아빤 술마시고 실수한 얘기할 때 항상 말씀
하시며 안타까와 하시지만 엄마랑 저는 몰래 웃는 답니다. 근데 이거 아빠
흉을 보자니 제 얼굴에 침뱉는 격이네요...후후)
"이노무 가시나야! 니 미칫나?"
하며 비틀비틀 쫓아오시는데 전 형뒤로 몸을 숨겼지요.
"이노무 가시나. 아즉까지 정신 몬차리고!" 하시며 손이 올라가는데
"아버님 참으시지요" 하며 형이 아빠 손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니는 뭐꼬??"
"아버님도 취하셨네요. 들어가시지요"
이 왠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이여??
저는 형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지요.
'휴. 형 때문에 오늘은 안맞았네'
아빠가 손지검을 자주 하시는건 아니지만 제가 술취해서 정신없이
들어오면 뺨맞기는 각오해야 합니다. 그래도 술취하면 아픈줄 모르지만..
아빠의 직장후배가 저와 아버지를 데리고 집에 갔지요.
그런데 그사건이 형에게는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었습니다.
아빠는 자기 손을 잡는 선배라는 놈이 괘씸하면서도 딸내미를 보호
하려 했다는 점은 맘에 드셨나봅니다.
아빤 술만 취하시면 그얘기를 하시지요.
근데 아빤 그때 형을 첨본걸로 기억하십니다. 병원에서 본 사람은
다른사람으로 생각하십니다. (그건 또 다행이지요. 그땐 무지 화
나셨으니까)
하여간 이렇게 번개때보구 따로 보구 하며 정든거지요...뭐
그후 회사그만두고 백수생활할 때 제가 잘 보살펴 준 것(맥여주고
돈도 빌려주고)이 형에게는 결정적으로 결혼을 결심하게 했답니다.
제가 보기엔 저한테 꾼돈 100만원이 갚기 싫어 결혼한듯...후후
그렇게 결혼해서 지지고 볶고 잘 살고 있답니다.
그동안 저의 사소한 연애담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