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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육아일기1. 달이가 태어나자 나는 사모님~


BY 닭호스 2000-10-24

얼마전 둘째이모가 놀러왔다. 달이에게는 둘째 이모할머니가 되는 셈이다.

이모는 달이가 이모를 보고 할머니라고 부르게 된다는 사실에 통 적응이 안되는 모양이다.

달이를 붙들고 앉아
"달아.. 언니라고 불러줘잉."
하고 고집아닌 고집을 피운다..

그러면 나는
"안돼.."
씨도 안먹히는 소리라고 못을 박는다..
"달아, 할머니~ 해봐..응?"

이모는 길거리에서 모든 애들과 그 아이들의 엄마들이 이모더러 할머니 하고 부른다고 했다..그 때마다 이제는 세월의 저편으로 훌쩍 떠나가버린 이모의 청춘이 생각나 슬픔이 파도가 되어 밀려온다고 했다.

아직도 40대인 이모를 보고 할머니라고 부르는 아이들이나 그렇게 시키는 아이들의 엄마에게나.. 다 화가 났다..

언젠가 엄마랑 장을 보러갔을 때였다..
그날따라 추석 전날이라 백화점은 붐비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날따라 엄마가 집은 카트가 마지막 카트였는데...
한 아이가 달려들었다,,
그러자 그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한 젊은 여자가 엄마를 보더니
"안돼, 할머니꺼야.."
그랬다..

달이가 태어나기전이어서 명실상부한 아줌마의 반열에 아직 끼어있음이 백번 옳은 엄마에게 그런 소릴 한 그 젊은 여자를 한참이나 흘겨보았다..

나는 요즘 길거리에서 조금 나이가 들어보이는 여자를 보아도
"아가씨."
하고 불러준다..

사람들을 기분좋게 해주어서 나쁠것이 없다는 게 나의 생활신조이다. 약간의 아부나 마음에 없는 인삿말로 세상을 밝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와는 생각이 좀 다른 모양이다. 나는 달이가 태어나자 아줌마도 되었다가 사모님도 되었다가 한다.. 그러나 한번도 아가씨는 되어보지 못했다.. 그건 내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나가도 마찬가지이다...내가 물건을 살 때는 사모님이 되고.. 물건값을 깎을 때는 아줌마가 된다..(일케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나는 도무지 용서할수도 이해할수도 없다..)

이왕 아줌마는 되었고, 이제 할머니 될 때까지는 나에게 시간이 좀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 되었다...

저를 긍휼히 여기시는 분들... 다 손들어주세용~
달이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