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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BY 풀씨 2001-03-13


나의 아침시간이 이십여분 앞당겨졌다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막내 덕분에 아침이
빨리 시작된것이다
둘째애랑 막내는 꽤 많은 터울이 있는셈인데
이미 성인이 된 두애들 때는 도시락 준비로 그렇게
맘이 설렌적이 없었다
대충 밑반찬 여러가지를 준비했다가 찬통에 넣어주고
좋아하는 ?p가지 찬 외에 밥도 식성에 따라
볶음밥도 싸주기도 했고 김밥도 싸주기도 했으나
막내 도시락 만큼 살갑게 정성스럽게 싸본적이 없는것만 같다
너무 세월이 지나서 그때 그 감정들이 퇴색되어서일까
막내에 비해 소홀했던 것 같은 생각이 자꾸든다
그 당시 도시락 준비를 해야하는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무엇으로 찬을 넣어주나 내일은 그리고 또 ....
고만 고만한 나이의 엄마들이 모여 모두 도시락 찬을
무엇으로 장만해서 애들을 흡족하게 해주나
행복한 고민들을 했었던것 같다
그리고 세월이 훌쩍지나 늦둥이 막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새삼스럽게 도시락을 또 싸게 되었다
초등학교땐 급식시설이 되어 있어서 참 편했었는데
지금 다니고 있는 중학교는 예산부족으로
아직 급식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학부모들이
점심 도시락을 챙겨주어야 한다
언니들이 쓰던 보온도시락은 벌써 재활용품으로
버려진지 오래전이라 새로 보온도시락을 장만하면서
이상하게도 맘이 설레기 시작했다
귀찮지도 않았고 번거롭게 여겨지지도 않았다
막내는 나이는 열네살이지만 내 눈엔 아직도
어린애 같기만 해서 밥도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으로
보온통에 담고 식성이 까다롭지 않은 아이지만
시장보기 일순위로 막내 도시락 찬 감이 우선으로
식품구입이 시작되곤 한다
그렇다고 무슨 별식을 준비하고 특별식을 준비하는것도 아니다
엄마의 정성이 어쩌면 시장보기부터 시작되어 음식이
조리될때 까지 이어져 우리애가 한끼의 점심식사지만
학교에서 맛있게 먹을수 있다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오늘 아침도 도마위에서 다다닥 두드리고 썰고
분주한 하루를 연다
도시락하나 챙기면서 호들갑스럽게 보일지 몰라도
나에겐 이 일이 즐거울뿐이다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손에 들린 도시락통을
씻으려고 열어보았을때 싹싹 깨끗이 빈 도시락통이
또 나를 행복하게 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에서의 나의 행복줍기는 평범하고
도시락 싸는 일처럼 미미하지만 이런 조그만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이젠 살아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