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 댓 바람부터 전화벨이 요란스럽게도 울린다.
" 우이쒸~ 누구야아? 이 꼭두새벽에? "
" 얼른 일어나 전화 받아 "
남편의 퉁명에 그냥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쓰고는
개길만큼 개겨본다.
전화기와는 조금더 가까이에 있는 남편이 수화기를 집어든다.
" 여보세요 "
( 으이구~ 말투좀 곱게하지 왜 저리도 퉁명스럽다냐? )
처음의 여보세요란 말의 퉁명은 어디로 가고
" 아~아 예 형님. 잘 지내셧어요? 그럼요~ 잘 지내죠.
아이구~ 무슨 말씀을요. 고맙습니다 "
연신 굽신굽신... 머리까지 조아리며 전화를 받는포~옴이
아무래도 우리의 큰 오라버니인거 같다.
" 뭔 전화래? "
" 으~응 당신 생일 축하한다고. 그리고 못 내려와서 미안하다고 "
" 생일? 아! 맞다. 오늘이 내 생일이지 "
어제 잠들기 전까지는 알고 서울서 보내온 케?葯?미리 한조각 먹고 잤건만.
밤 사이에 그만 또 깜박을 해 버린거다.
하이고~ 이노무 깜박증.
부리나케 일어나서 주방으로 달려가 미역국을 않혀 놓는다.
딸이고, 서방이고간에 그 누구도 나를 위한 만찬은 준비해주지 않을것 같아
어제 오후에 미리 장을 보아다 놓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고기가 왜 그리도 비싸던지.
생각같아서는 불고기라도 해 먹고 싶었는데
만만치 않은 고기값에 그냥 국거리로만 한근을 사 왓다.
나물 몇가지와 김치. 그리고 김... 미역국.
나를위한 생일상을 정성스럽게 보아서는 한상을 차려오니.
딸아이가 제 방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부시럭 거리며 꺼내온다.
"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
" 어머나! 엄마 선물이니? 어디한번보자~ "
그곳엔 고운 포장지속에 화장품이 들어 있다.
항상 맨 얼굴로 다니는것이 아이의 눈에 안되었던지.
투웨이케익 이라는 일종의 화운데이션인가?
암튼 색상도 내 피부와 잘 어울리게끔 제대로의 선물을 내게 해 준것이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남편을 쳐다보니.
내 남편.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버린다.
" 어~흠. 미역국이 참 맛잇다 "
너스레를 떨면서 축하인사 조차도 없다.
남편에게는 미리 생일 선물을 받은것이나 다름이 없긴 하다.
엠비씨에서 왕따시 큰 꽃바구니가 배달 되어 왔으니
그것으로 남편에게 받은 선물은 대치가 돼야 하는데.
그래도 한편으로는 조금 섭섭하다.
서울 큰 올케언니도 미리 인터넷으로 케?揚?보내주어
촐촐한 김에 맛 보고
잠자리에 들은것인데.
이상하지?
왜 다른 사람의 선물은 다 제쳐두고 남편의 선물에 관심이 가지는지...
축하의 인사도 꽃다발도, 선물도. 그리고 몇통인가의 전화도.
한편으로는 무척 좋으면서도.
맨손인 남편에게서 그래도 섭섭함을 느낀다.
출근을 하기전.
남편은 내게로와서는 속삭이듯 한마디 은근스레 하고 나간다.
" 이따 저녁에 봐. 내 한몸 불살라줄께.
내 몸을 통째로 당신께 다 바쳐줄테니 섭섭다 하지 말고 기달려 "
" 쳇! 피~잇! "
뾰루퉁 삐진것처럼 남편에게 고운눈 한번 흘겨 주었지만
( 후후~ 그렇다면 오늘은 나도 뽀샤시하게 차려입고 향수도좀 뿌려야겠네? )
속으로야 엄청스리 좋더만.
점심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으니
맛난 점심은 얻어먹고 거~한 쐬주도 한잔하고...
일찌감치 목욕재개하고 울 서방 지둘려야지.
오늘같은날...
일년에 한 서너번씩 있으면 좀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