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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떠나려 하는데...
엄마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이제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로 엄마는 기차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엄마...
내가 아닌 누군가가(왜 내가 아니였는지..),
엄마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엄마는 그 손을 잡지 못했다
기차는 멀어져 갔다
엄마도 멀어져 갔다...
엄마...
꿈속에서 난 결코 울고있지 않았다
다시 볼수 있을거란,안심이 내마음을 위로하고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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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었다...
휴~~~~
이상합니다
돌아가신 뒤로 잘 보이지 않던 엄마였는데...
어제 잠시 친구와 엄마얘기를 했던 이유일까...
난 끝내 엄마손을 잡지 못했는데...슬프진 않았습니다
아마도 떠난 사람이기 때문일 거랍니다
떠난 사람은 꿈속에서도 그렇게 애매하게 주변을 맴돌고 있을 뿐이라는 군요
엄마가 돌아가셨을때,난 울지 않았습니다
오랜시간 누워계셨던 터라...
오히려 더 좋은곳으로 가셨을거라 생각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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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흑백사진속의 엄마는 아주 멋쟁이셨음을
짐작케 하는데,엄마는 그 사진을 내게 가끔 보여주시며...
"그땐 꿈이 있었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홉남매의 맞며느리로 시집오면서...많은걸 포기해야했고,
많은 짐을 져야만 했고,많은 슬픔을 간직해야만 했노라는...
지극히 신파조의 하소연을 어린내게,너무나 철이 없던 내게...
늘어놓곤 했습니다
늘 바쁘고 피곤하고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 생활이었지만
곱게 화장하시던 뒷모습을 내게 자주 보여주시던 엄마...
혈압이 높으셨던 엄마는 내가 고3이 되던해에...
중풍으로 쓰러지셨습니다
그건 슬픔이 아닌,가슴을 쓸어내리는 불안감...같은 거였습니다
이제 많은것들이 전과는 다를것이라는...
그러나 엄마는 특유의 강인함으로...몸이 좀 불편해지긴 했지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엄마에겐 신앙이 생겼습니다
가족만으로는 도저히 위로받을수 없는 자존심의 상처를
치유해줄 강인한 믿음...
신앙은...
이른 새벽 절룩거리는 다리로 지하철을 타고 기도를 하러 가는 열정을...
엄마에게 허락하였습니다
하지만 난 알았습니다
어느 겨울... 한마디 부탁의 말도 없이 스르르...작은 육신을
무너뜨리던 날...
달리던 구급차 안에서 문단속 잘 했냐던 그 말이...
우리에게 남기는 마지막 말이 되리라는 것을...
다시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이제...아무 말씀도 없으셨습니다
더욱 커진 두눈으로 바라보기만 할뿐...
물론 그건 슬픔이 아닌,이제 또 한번 모든것이
전과는 달라질거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불안이었습니다
그리곤 아주 조용한 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오가며 들려주는 위로의 소리,
믹서기에 불린쌀을 갈아대는 소리,
어둠속에서 숨죽여 우는 소리,
고3이 된 남동생이 이른새벽 등교하는 소리,
욕창이 생길까,이쪽 저쪽으로 몸을 돌아눕혀 주던 소리
해바라기 하던 엄마의 눈이 찌푸려지는 소리,
끝없이,끝없이 일기를 쓰며 마음을 위로받는 소리...
그 모든 조용한 소리들...소리들...
엄마를 묻고 돌아오면서...난 다짐했습니다
모든 딸들이 주문처럼 외워대는말...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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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특별히 불행했다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아들,딸 낳고 오손도손 살기도 했으니까요...
엄마가 특별히 행복했다고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식구들에게 늘 내주어야 하는
삶이었으니까요
엄마는 그냥...그냥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세상속에 잠시 머물렀다 떠나간...
사람들중에 하나였을 뿐이니까요
미련을 남길 필요없이...
아쉬움을 남길 필요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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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했을때의 제가 어떤 딸이었는지...
말하는건 무의미 합니다
둘도 없는 효녀였다 해도,세상에 다시없을 불효자였다해도
난 지금 분명히 후회하고 있을테니까...
내 부족하기만 했던 사랑에 대해...
엄마처럼 살지않겠다고 다짐했던 나는...
지금...
엄마와 다르게 또는 엄마와 다르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엄마를 그리워 하는.. 또 다른 엄마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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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엄마의 냄새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 커서도 엄마의 젓가슴을 만지곤 했던 나는...
이젠 아주 가끔 엄마가 그리울 뿐입니다
꿈속에서도 잘 만나지지 않는 엄마가 그리울 뿐입니다
하지만...
나... 언젠가는... 살아선 한번도 볼수 없었던 햇살처럼...
하얀 웃음 흩날리며...
나를 품안에 꼭 안아줄...엄마가 있는 나라...
엄마의 나라...
내, 그리운 나라로 가고 싶습니다.
Pat Metheny...cinema paradi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