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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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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우채 써는 남자


BY 가을내음 2000-10-24



가을밤의 콘서트를 .....

그녀는 맨발로 노래를 불렀고 너무나 열정적이어서 멋있다는
그 표현이 주는 말 조차 어쩐지 맞지 않는것 같았다.
가을밤--그녀를 만난 나는, 주눅이 들어 있던 일상에 새로운 힘을 얻었다.

관객들 중 대부분이 젊은 연인들이어서 그런지 꼭 손을 잡고
보고 있었고, 든든한 남자들은 곧장 연인의 어깨를 감사안았다.

나는 허허로운 어깨를 가을밤 추위에 그대로 드러내며 친구와
그래도 씩씩하게 그 분위기 속에서 버텨냈다.

늘 마음이 몇끼 굶은 것처럼 허허로웠었는데 이번 콘서트를
보고나자 따뜻한 국밥을 먹은것처럼 금새 마음이 불러왔다.

그저 남편이 보고 싶었다.

그는 달게 자고 있었다.

나는 낮에 담구려고 했던 김치를 담가야만 했다.
아침 일찍 절궜음에도 소금이 덜 들어가서 인지 숨이 덜 죽어있어 '갔다 와서 담가야지'하고 있던 참이었다.

나는 무우채를 잘 썰지 못한다.
언제나 삐뚤거리고 똑같은 모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김치를 담기도전 무우채 부분에선 늘상
질리곤 하였다.

부엌에 들어선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사이 우렁이 신랑이라도 다녀간 것일까?
무우채가 너무나 이쁘고도 똑고르게 썰어져 담겨 있는 것이었다.

아~~남편이었다.

아내의 가을 외출을 위해서 손에 물집을 만들어 가면서
남편은 저녁내내 무우을 썰었던 것이다.

나는 그 매운 고추가루로 무우채를 버무리면서
왠지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고맙다...


-가을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