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여자가 일을 갖는 것은
우리 사회에 상당히 보편화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기혼여성의 일이라는 건
일부 전문분야나, 고위직을 제외하면 별로 뚜렷한 메리트가 보이지 않는 듯 느껴질 때가 많다.
누구나 일을 할 때에는 내가 아니면 안되는 듯 싶게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한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마는
틈만 나면 자신의 권리를 찾는일에만 아주 철저한 이들이 눈에 띄곤 한다.
그런면에서 보면 난 참 바보스럽게도 당연히 찾아 먹어야 할 밥그릇이건만,
나로 인하여 빚어질 다른이의 불편을 먼저 생각하게 되어
보건휴가 하루 맘놓고 쓰게 되질 않는다.
날이 날마다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의 틀속에 있다보면
하루쯤 아무 생각없이 푹 쉬고 싶다는 생각 ...
훌훌 털고 어딘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왜 없을까마는
내 안의 타인에 대한 알량한 배려가 나의 발목을 붙잡아
늘 생각으로 그칠 때가 많다.
건강한 몸으로 무엇인가 할 일이 있는 사람은 분명 행복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자신의 소속 범주를 잘 지켜낸다는 일은
생각보다는 훨씬 어려운 면도 있고, 나름대로 포기해야 할 부분도 많다.
사회라는 곳이
보편적인 원리와, 정의가 반드시 통하는 곳이 아닐수도 있다는 단정을 스스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오랜시간 자신의 생각과 싸워서 얻어낸 나름대로의 결론이 세워져 있어야만
쉽게 적응해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듯 하다.
애들이나 잘 건수하지 ... 여자가 일은 무슨 일 ...
항간에 그렇게 말하며 여자가 일하는 것에 대하여 비하를 하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에 마음에 상처를 입는 날도 있으니...
아마도 마음에 강한 철판 몇개쯤 깔아두어야 버티어낼 수 있는 게
사회란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눈꼽만큼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는 얌체족들도 그곳엔 있었으며,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눈에 불을 켜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늘 떠돌아 다니는 말들이 그림자처럼 사람들을 따라 다닌다.
발도 없는 그 언어의 유희는 가만히 있는 사람들을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가기도 하고, 순식간에 벙튀기처럼 튀는 아주 묘한 구석이 자주 엿보인다.
꼭 필요한 말이 아닌 말을 흘려대면서까지 친절한 사람으로, 착한 사람으로 자신의 이미지 연출을 해야할 때도 있는 곳이 사회인 듯 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 이상을 요구하는 곳이 바로 일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선 때로 다른이가 희생이 되는 일이 있어도
한쪽눈을 질끔 감을 수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인지도 모르나,
나는 언제나 그런 현실에서 몇걸음쯤 뒤로 물러나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뒤떨어져 느릿 느릿 살아가는 거북이 같다.
쨍그랑 거리며 서로의 의견충돌이 일어나기도 하는 그곳은
핸드백 속에 준비된 사표를 넣어 갖고 다니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 보면 무어 그리 좋다고,
한곳에다 오로지 목을 매달며 살아야 했었던가, 과연 그럴만한 이유는 충분했었던가 ...
내 자신을 반추해 보지만
막상 20대부터 해 오던 일을 하루 아침에 다른 일로 바꿀 수 있는
어떤 기회를 아직까지 만나지 못해서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몇살때까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할 것이며, 그 후에는 어떤일을 하면서 살까?
이제껏 월급쟁이로만 살아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것이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40이란 나이는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나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인생의 정점에서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 볼 수 있는
나이가 아닐까 싶다.
인생의 전체를 놓고 본다면 한 곳에 안주하는 것만이 바람직한 일은
아닐거라는 ...
뭔가 변화와, 새 바람을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강한 욕구가 인다.
어떤 조직속에서 하나의 점이 되고 그 흐름이 원할하게 되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좋겠지만,
이젠 정녕 내 스스로가 창출해낸 뭔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나의 생각들은 아직 꿈에 불과한 것들이며,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당장 내 눈앞의 일들을 걱정하며 살겠지...
어제처럼 워드 작업을 할 것이며,
늘 만나는 얼굴들과 정다운 눈인사를 할 것이며,
서로 커피 한잔을 권하면서 마음을 터 놓을 것이다.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나는 오늘 그 징검다리가 될 작은 돌멩이 하나를
나의 머리속에 내려 놓는다.
지금의 현실이 하나 둘씩 모여서 미래의 나를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므로
내 앞의 현실을 더 많이 아낄것이며,
내 비록 사소한 일을 하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내 맡은 일 하나만큼은 똑소리 나게
정성을 다하여 작품을 만드는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
이 세상에 어떤 존재로 남아있는 한
나는 무슨일이든 하며 살아가겠지...
여자에게 일은
자신의 이름 석자를 가끔씩 불리워지게 해 주어 좋고,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홀로 설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 주어 좋은 것 같다.
여자에게 일은
자신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기도 하며,
살아갈 의미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여자에게 일은
아이들에게 미처 다 채워주지 못하는 사랑으로
늘 마음 한구석이 아린 사람으로 살게도 한다.
하지만 그 일이 먼 훗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난 그냥 내 마음 접어둔채 다시 나의길을 가야할 것 같다.
저 먼곳에 있을 찬란한 무지개를
꿈이 아닌 현실에 그려보기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