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지만 이불에 밴 땀 냄새가 꼬리꼬리하게 나니 여엉 찝찝하다.
이불 호청을 뜯어서는 세탁기에 돌리고.
여유분으로 놓아둔 이불 호청을 시치려 하니
웬일이지?
바늘에 실을 꿸수가 없다.
뿌옇게 안개가 낀듯하니 가물가물...
보이지를 않는다.
눈을 비비고 깜박거려도 보고.
인공누액도 넣어보았지만 안개낀듯한 눈은 그냥 뿌우열뿐.
한참을 바늘과 실을 들고는 실갱이를 치고 있으려니
딸 아이가 처음부터 보고 있었나보다.
" 엄마, 왜 그래? 안 보여? "
" 으응~ 글쎄 그렇구나 "
" 이리줘봐. 내가 바늘에 실 꿰어줄께. "
아이에게 바늘과 실을 건네주니 아이는 뚝딱 하니 단 몇초도 되지 않아 바늘귀에 실을 꿰어준다.
" 우리 엄마 늙엇나봐 "
( 내가 벌써? )
나 어릴적.
엄마는 유난히도 이불 호청을 많이 꿰매신거 같다.
광목인가 그것으로 기억을 하고있는데.
튿어낸 이불 호청을 양잿물 넣어 팍팍 삶고
빨래방망이로 그걸또 팡팡 두들겨팬후 요번에는 가닷가루로
빳빳하게 풀을 먹인다.
양지바른곳에 널어놓았다가는 걷어와서는 손으로 정리를 하고
나중에는 다듬이돌에 방망이질을 해 대셧다.
그 때까지 나는 엄마와 마주앉아 이불호청을 마주잡고는 손질을 하는것이다.
지그재그로 잡아 당기다가는 손바닥으로 딱딱 쳐대기도 하고
입에 하나가득 물을 머금고는 푸~우 하고 내뿜기도 하고...
아! 맞다.
지겨웁게 발로 밟앗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힘들게 손질을 한 이불호청을 시쳐야 하는데
그때의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눈에 안개가 끼엇나보다.
" 순디가 바늘귀좀 꿰거라. 어째 침침한것이 에미 눈에는 바늘귀가 안 보이는구나. "
엄마의 말씀에 쪼르르 달려간 나는 엄마의 손에서 바늘과 실을 받아서는
실에 침 한번을 묻히고 끝자락을 배배꼬아서는 바늘에 실을 꿰어 드렷엇다.
지금의 내 나이만큼을 엄마의 연세가 드셧엇는지...
아니면 지금의 내 나이보다는 많으셧는지.
확실한 기억엔 없다.
그때는 어린 나이에 그랫다.
( 이렇게 쉬운걸... 엄마는 왜 못하지? 울 엄마는 바보인가봐 )
그리고 나는 내가 꽤나 잘난것으로 생각을 햇지 싶은데...
지금의 내가 그렇다.
쉽게 생각한 바늘에 실을 꿰기가 왜 그리 힘들던지.
벌써 내 나이가 이렇게 되엇나?
아니면 벌써 노안인가?
한편으로는 서글퍼진다.
나만은 세월을 먹지 않을줄 알았는데.
나만은 항상 젊을줄 알았는데.
나만은 엄마처럼 바늘에 실을 꿰지 못하는 바보가 되지 않을줄 알았는데...
그렇구나.
어느새, 세월은 소리도 소문도 없이 내 곁에 바짝 와 있구나.
가까이는 잘 안보여도 멀리하면 조금은 보이는것은
노안이라 했다.
이젠 늙어가는 징조라고 한다.
누구도 비켜갈수 없는...
유난히 나는 다른 사람보다 머리도 일찍 세어버리더니.
주름살도 쭈글 거린다.
때론 말도 버벅거리게 되고...
자꾸만 기억나는것보다 잊는게 더 많아지고.
몸이 꽤나 재 다는소리도 많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작은 엉뎅이가 한없이 무거워도 진다.
그냥...귀찮다.
한끼의 식사도 그냥 대충. 이런식이다.
눈에 보이는 굵은 먼지만을 털어낼뿐.
구석까지 청소해 본것이 언제인지...
이렇게, 그렇게.
난 세월을 먹고 있었고.
젊음을 또 마셔가고 있다.
안경이라도 써야 하는지...
실은 안경이 있지만도 장농 한 귀퉁이에 쳐 박아둔지가 언제인지.
아무래도 오늘쯤은 쳐박혀둔 안경을 꺼내어 닦아봐야 할것같다.
하긴...
안경으로만 되지 않는다면 돋보기를 코 끝에 터~억하니 걸쳐야 하는건 아닐까?
은행 같은곳에 가면 어르신들이 코 끝에 걸치고 볼펜을 쥔 모습이
내 눈엔 꽤나 낯설고 우습게 보였었는데...
이젠 그 모습이 내 모습이 되려나?
딸아이는 내가 이불호청을 다 시칠때까지 옆에 붙어서는
내 바늘귀에 실을 착실히 꿰어준다.
이제 나는 바보같던 엄마의 모습 그대로를 닮아가는데.
시간아~ 조금만 천천히 오고.
젊음아~ 조금만 머물러 주면 안 되겟니?
속일수도, 비켜갈수도 없는것이 흐르는 세월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