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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소변 문제 어떻게 해결 하면 좋을지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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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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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3


BY 바다 2000-08-08

그 어린날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우리집의 가장 큰 기억은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았던 우리 집과 커다란 대문 이었습니다. 언제나 열려 있던 대문 . 대문은 으례히 닫힘을 의미하지만 내가 기억하기엔 밤에도 낮에도 엄마 아빠 모두 들로 일을 나간 후에도 그 대문은 한번도 닫히지 않았습니다.
대를 물려 살아온 고택이었으니 아마 할아버지때도 그 전에도 대문이 닫힌 적이 없었을것입니다. 아 ,딱 한번, 전북에서 모처럼 온 막내 이모네 가족이 그날로 내려가겠다고 하자 아빠가 오늘은 못가고 자고 낼 가야 한다며 대문을 걸어잠그시고 (잠근다고 할 거래야, 빗장하나 지르는 정도) 당신은 담을 너머 나가셨습니다.
없는 시골 살림에 뭐이 훔쳐갈 정도로 값나가는 물건이 있느냐고 하시겠지만 그것이 진짜 이유는 아닌듯 했습니다. 아마도 대문이 닫히지 않았던 것은 이웃에 대한 열린 마음의 배려가 아니엇을까요. 언제라도 거리감 없이 들어와 먹던 상에라도 수저 한 벌 더 얹어 함게 한 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여름이라도 될라치면 댕기는 모기를 쫓아가며 소쿠리 가득 쪄내어진 옥수수를 나눠먹을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그래서 늘 엄마는 넉넉히 밥을 지어 부뚜막에 올려 놓으셨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새집에 이사한 후에도 아빠는 대문 달기를 차일피일 미루 셧습니다.제주도의 그 막대 세개를 올려 놓는 그런 문이나 하나 단다고 하시더니 차일피일 미루어 1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집은 대문이 없습니다. 대문이 없어 지나던 사람들이 많이 들러 한 숨돌리고 가기에 엄마는 읍내의 웬만한 다방보다도 커피가 많이 들어간다고 뭐라 하시면서도 엄마는 한번도 예고도 없이 찾아올 누구를 위해 차가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십니다.
누군가 아빠에게 그러시대요. 마루에 앉아 없는 대문 핑계삼아 사람을 낚는다고요. 아빠는 옛집의 닫히지 않던 대문을 생각하신 걸까요? 여튼 엄마의 잔소리가 좀 많아지더래도 적적한 우리 아빠를 위해 우리집에 들러 한 숨 돌리고 갈 사람이 많아지길 바래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