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반려견의 소변 문제 어떻게 해결 하면 좋을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07

'사랑하며 사는것이 별건가?'


BY namu502 2002-01-29


그때가 언제 였더라?
몇해였는지 기억도 이제는 나지 않는다.
큰아이는 세살 작은 아이는 아직 뱃속에 있을때.
잘다니던 대기업을 그이는 행상을 한다고 일순간에 때려 치웠었다.
장래가 없다나?
나도 잘했다고 그랬다.
어떻게 행상할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여튼 더 나이 먹기전에 해 보라고 했다.

일정치 않은 수입에 몹시도 가난 했었다.
입덫을 하는데도 나는 먹고 싶은 것이 있다는 말도 밖으로 내지 않은것을 철칙으로 여겼다.
빈털털이인 그이의 가슴에 행여 피눈물이라도 흐를까봐.

그러던 어느날 그이는 생활비를 손에 쥐어 주었다.
나는 때는 이때다 싶어
'갈비먹고 싶어'
'자기 혼자 가서 먹어'
.......

나는 황당한 마음에 뒤로 나자빠질뻔 했다.

우~와 임산부 혼자 갈비집에 가서 갈비를 먹으라고?

그리곤 나는 슬퍼졌다.
말없는 내가 안되보였던지 그이가 같이 가자고 했다.
난 애써 마음을 진정 시키며 그래도 뱃속에 애 생각해서 따라 나섰다.

남편은 2인분을 시켰다.
셋이서 아니 넷이서 눈깜짝할 사이에 해치워 버렸다.
난 고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임신하면 애가 되는지 치사하게도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더 먹을거야?'
난 내 마음을 간절히 담아서 그이에게 물었다.
어쩜 그사람이 내 생각해서 더 먹는다고 한다면 감지덕지 하며 얻어 먹을려고.

그러나 그이는 냉정했다.
'아니'
슬픔만 한짐을 내 마음속에 보태어 놓고는 그렇게 고기 파티는 끝났다.
지금 작은 아이가 큰아이에 비해 더디게 자란다.
남편은 임신했을때 잘먹지 못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 가슴아파한다.

그때는 그랬다.
내 생일때 외식할 여유도 없고 선물살 여유도 없고보니 남편이 시장에 가더니 돼지 고기를 갈아 왔었다.
생일이 겨울인 까닭에 김장 김치에다 갈은 고기를 넣어 부침을 해 주며 생일 선물이라고 했다.
그때 남편의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런 까닭에서 인지 그이는 참 성실히 살았다.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하루만이라도 내 곁에서 있어 달라는 내 간곡한 청을 뿌리치고 발가락이 사십개이니 더 열심히 일해야 된다며 새벽같이 눈썹을 휘날리며 일터에 나가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난 지금도 그때 갈비를 실컷 사주지 않았어도 아이를 낳아도 내곁에 있지 않았어도 그이를 미워할수가 없다.
꿈이 코메디언 이었다는 그이는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유머스러움이 슬금슬금 몸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요즘 우스운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해줄려고 외워왔다면서 이야기 한다.
그이의 이야기와 몸짓에 내가 박장대소하면
'자기 웃음소리는 참 특이해'
깔깔대고 웃는 내 모습이 흐믓한가 보다.
그이는 알까?
크게 웃는 내 웃음속에 내게 있던 세월의 슬픔도 서러움도 모두 날려 버렸다는 것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별건가?
서로 안스럽게 여기며 사는게지.
'측은지심'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