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마리이야기
마리이야기....
오래간만에 나오는 우리 에니메이션.
이병헌,공형진,배종옥,안성기,나문희 님이 목소리 더빙을 맡아서 더욱 호기심이 일었던 작품.
곳곳에 나붙은 포스터나 티비.신문 광고에서 몇 장면을 보았던 터라 그림에는 무척 만족했었죠.
그림이 참 예쁘잖아요.
디즈니 그림 처럼 아기자기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파스텔톤의 색채와 수채화 처럼 투명한 배경에 선하디 선한 서정성을 가지고 있는 듯한 인물들이 한 눈에 저를 확 사로잡았었죠.
워낙 에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저라서 마리이야기가 대중 매체에 떠 올랐을 때부터 신랑에게 보러가자고 꼬셔댔지만, 타이타닉을 보고 졸 정도로 감수성 없는 신랑은 "보나마나 재미없어."라며 꿈쩍도 않더군요.
결국 제가 가르치는 6학년 여자애들 셋과 동승을 했죠.
저랑 이야기도 잘 통하고 취향도 같은 아이들이라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서 영화관람하러 가는 길이 즐겁기만 했답니다.
아이들도 <마리이야기>의 예쁜 그림에 반했던 터라 몹시 기대를 했어요.
영화는 갈매기 한 마리가 도심 속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한참 날아다닌 갈매기는 어느 커다란 창문 앞 나뭇가지에 앉고 창 밖을 쳐다보던 주인공 남우가 이병헌 목소리로 한 마디 합니다.
"도시에 왠 갈매기야?"
회사원인 남우는 어릴 적 친구 준호가 찾아오면서 어린시절을 회상합니다.
외롭게 자란 남우.
아버지 없이 나문희 목소리 나는 할머니와 배종옥 목소리 나는 엄마, 그리고 제 몸 처럼 아끼는 고양이 요와 함께 사는 남우에게 유일한 친구는 준호입니다.
바닷가에서 사는 남우와 준호는 친형제와 다름없을 정도로 늘 함께 합니다. 등대 근처 바다에서 함께 수영을 하고 풀밭에 누워 하늘을 보며 장래 이야기도 하고 등대에 올라 넓다란 바다도 함께 구경합니다.
남우는 이 등대에서 꿈인지 생신지 분간할 수 없는 세상을 겪게 되고 그 세상 속에 바로 마리가 있죠.
마리....하늘을 헤엄쳐 다니는 그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만 꿈뻑꿈뻑하는대도 남우는 그 소녀 이름이 마리라는 것을 알아냅니다.
남우는 그 소녀를 만나면 마음이 편하고 세상 시름이 다 없어진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추억 쌓을 만한 일도 하지 않는데 그냥 소녀만 만나면 마음이 편한가 봅니다.
.....
하나뿐인 친구 준호가 서울로 전학을 가면서 회상이 끝나고 유학간다는 준호는 돌려줄 선물이 있다면서 작은 상자를 내놓고 갑니다.
상자 안에는 그 알 수 없는 세상의 빛이 담겨 있던 구슬이 들어있죠.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남우는 창 밖으로 어렸을 때 보았던 그 풍경을 보고 버스에서 내립니다. 꿈만 같았던 그 풍경...마리는 어디있을까.....
.......영화가 끝나고,..아니 영화가 끝나기 한 20분 전부터 전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었어요. 내용이 긴장감이나 흥미로운 요소가 전혀 없이 정말로 밋밋하기 짝이 없는 내용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니 러닝타임 1시4간 3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몸이 뒤틀릴 수 밖에요.
아이들도 서로 "재미있냐? 뭔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며 속닥거리고 저도 언제 끝나나...눈이 다 풀린 채로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죠.
<마리이야기>..전 기대 이하였어요.
디즈니 만화처럼 관객을 확 끌어당기는 적재적소의 흡입력은 애초부터 생각지도 않았지만, 최소한 스토리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감수성을 자극할 만한 것일거라고 기대했거든요.
솔직히 황순원님의 "소나기"에서 얻었던 순수한 사랑과 비슷한 감동을 얻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건 주제가 뭔지도 모를 정도로 밋밋했다고 해야 옳을까요?
아이들도 "그림만 예뻤다"고 하고 저 역시 생각나는거라고는 이병헌 목소리 뿐이네요. 엄마를 마음에 품고 있는 맘 좋은 아저씨의 목소리가 안성기님이라는 것은 어울렸지만 천사처럼 순하기만 한 엄마가 배종옥 목소리를 냈을 땐 어찌나 어색하던지...
또 <마리이야기>라면서 마리이야기는 안나오고 남우이야기만 나오니 그건 또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고 마리는 대체 이 영화에서 무슨 역활을 맡은 건지도 모르겠더군요.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보면, 물론 대충이나마 주제가닥이 잡히겠지만 여러 번 봐서 주제가 느껴진다면 그건 아이들은 볼 수 없는 철학에니메이션이 되는게 아닌가?
그래서 억지로 주제를 생각해 봤답니다.
"외로운 소년 남우의 안식처는 바로 마리다.
마리는 남우의 마음의 고향이다...."
뭐 이런 형식적인 주제를 말이죠.
아,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아름다운 힘센! 우리 에니메이션은 언제 등극할 것인가....
-- 왠일인지 슈렉이 더 재미난 것만 같은 꼬마주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