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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2시까지 영화를 봤어요!


BY namu502 2002-01-21

어제 저녁 질척질척 내리던 비가 그치고 살포시 내려앉는 눈을 바라보며 비에 다 녹아 없어지는것을 안타까워 했었다.
토요일 밤이면 '오늘은 주말의 명화를 꼭 봐야지'괜히 분주해지고 영화볼때 먹을려고 과자도 잔득 사다놓고 만반에 준비를 끝내는데 허무하게 아침이 되어 있으면 '휴~~우 또 간식만 다 먹어 버렸네'속상하여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내게 딸아이는 덤으로 한마디 한다.
'엄마! 불 좀 끄고자. 텔레비젼도 어제 내가 껐는데. 우리보고 맨날 전기불좀 끄고 다니라고 하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데 남편도 거든다.'맞아.어제도 거실에서 잤지?' 그래서 일요일 아침이면 내가 안타깝고 속상하다는 것을 누가 알까?
아줌마들 만나면 요즘은 영화보고 자기가 너무너무 힘들어서 영화를 언제 보았는지 생각도 안난다는 이야기들만 하는데.
그런데 어제는 내가 영화를 2시까지 보는데 성공했다.
될수 있으면 일요일은 일찍 자려고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영화보기는 아예 포기하고 11시만 되면 일찍 서둘러 잠자리에 든다.
예전에는 서너시간 자고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잠이 조금만 부족한듯 하면 하루종이 하품하고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 그런 내가 그다지 훌륭한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보기에 성공하고 보모도 당당하게 안방에 들어가서 잠자리에 든 것이다.
'내일 아침에는 더 일찍 일어나서 말끔한 정신으로 아침을 차려야지.'
온갖 꿈을 다 꾸며 깨어보니 날이 하얗다.
푸욱 잔듯한데 이상했다.
내가 일어날 때는 언제나 깜깜했는데?
파다닥 일어나 시계를 보니 아뿔사! 7시30분 이었다.
무려 한시간 반이나 늦게 일어난 것이다.
이일을 어째!
불이나케 남편을 흔들어 깨우니 남편은 나보다 더더욱 놀라며 시계를 맞추어 놓지 않았다고 나만 탓하며 나갔다.
나는 어제 저녁 분명이 맞추어 놓았는데?
문제가 생긴것이다.그건 그렇고 왜? 내가 자기를 항상 깨워 주어야 하는데? 나에게 무조건 화내는 남편이 얄밉지만 그래도 푸욱 잔 잠이 어찌 고소하던지.
화내는 남편도 밉지 않고 깨소금 맛이 이럴까? 싶었다.
거실에 나와보니 어제 저녁 비에 녹아 없어져 버릴것 같던 눈이 나무에도 공원 여기저기에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우아하게(?) 물을 끓이고 커피를 여유있게 한잔 마시는데
따르릉~
남편이 전화를 했다.
'여기 서울은 눈이 엄청와!'
'여기는 안오는데?. 그런데 자기가 늦게 일어나고 왜? 나한테 싱경질인데?'
미안한지 그냥 웃는다.
난 남편의 허물로 덮어씌우기에 성공한듯 하다.
조금있다 또 따르릉~
왠 전화가 아침부터 이리도 울리는지.
'진짜 함박눈이 많이 온다?'
'그것 때문에 또 전화했어?'
'아니 그냥...'
전화를 끊고 창밖을 보니 차타면 30분 거리인 여기에는 이제야 눈 구름이 도착 했나보다.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리기 시작한걸 보면.
이제는 내가 전화를 해야 겠다.
'눈이 많이 오니 자기가 보고싶다!'하고

내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그런데 어제 시계는 정말 어찌 되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