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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주부의 알.콩.달.콩//17.질투


BY 꼬마주부 2000-08-10

질투

저는 참 질투가 많아요.
신랑이 나보다 내가 그린 꽃이 더 예쁘다고 해도 금방 삐지고, 지나가는 두 살배기 남의 아이보고 귀엽다고 해도 금방 도끼눈이 되어서 입을 쑥 내밀죠.
그러니 TV를 보면서는 오죽하겠어요?
결혼 전, 무뚝뚝한 신랑이 tv를 보다 지나가는 말로 "류" 리포터가 참 괜찮다고 한 말을 여지껏 잊지도 않고 그녀가 나올때마다 "함씨가 좋아하는 여자 나왔네?"라고 비아냥 거리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어요.
지난 번엔 서세원쇼 토크박스에서 맹추같이 앉아 있던 텔런트 흉 좀 봤더니 신랑은 아무뜻없이 "예쁘기만 한데, 왜..."그런 것을, 전 금방 도끼눈이 되서 "그래, 예쁘긴 하지만 맹추잖아. 가만히 앉아만 있고, 저게 뭐야." 라고 툴툴댔죠.
그 담부턴 어떻게 되었는줄 아시겠죠? 그 텔런트가 나오기만 하면 "저기 함씨가 예쁘다는 여자 나왔네? 흥! 함씨가 예쁘다는 여자가 어떤 남자랑 짝됐네? 치."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말들로 괜히 심술을 부리며 가만히 있는 신랑을 들들들 후라이팬에 볶고 또 볶죠.
그러면 신랑은, 생전 질투라곤 할 줄도 모르는 신랑은
"넌 뭐, 이승환 안 좋아하냐? 송승헌도 좋아하면서. 그리고 음, 허준도 멋있다고 했잖아. 저번엔 감우성도 멋있댔으면서.또..."
그러면서 어눌하기 짝이 없는 공격 거리를 찾느라고 눈을 이리 딩굴, 저리 딩굴 해요.
하지만 그런다고 제가 금방 "알았어. 잘못했어." 그러겠어요?
내가 유부남 사귀면 로맨스요, 남이 유부남 사귀면 불륜이라는 유명한 법칙(?)도 있잖아요.
그 법칙이 바로 저를 위한 법칙이예요.
"뭐가 어때서! 난 당연히 함씨만 좋아하지. 그 사람들은 다 함씨 다음으로 좋아하는거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뭐. 그냥 잘생기고 멋있다는 거지."
"나도 그런거야. 그냥 그러는...+.+"
"뭘 그냥 그래! 진짜로 예뻐서 그러면서! 뭐, 나는 원래 쫌만 잘생겨도 다 잘생겼다고 그러지만 함씨는 웬간해서는 그런 말 안하잖아! 그러니까 그냥 그러는게 아니지 뭐!"
"알았어, 알았어. 그만해. 그래, 진짜 예뻐서 그런거야. 알았어. 알았어."
"그것 봐! 치!"
신랑은 어이없다는 등 쳐다보고 저는 한참을 궁시렁대죠.

그러던, 어제는 한밤의 TV연애를 봤어요. 이승연이 새 진행자로 나와요.
그러자 신랑은 싫은 표정을 짓더니 채널을 돌려요.
MBC섹션TV연예가 방송되고 있었어요.
신랑은 채널을 고정하더니 재밌게 봐요. MC는 서경석과 김현주.
전 또 눈을 내리깔고 심드렁하게 물었죠.
"김현주 예뻐, 안 예뻐?"
"생긴 건 별루 안 예뻐." 별 관심 없다는 듯이 신경쓰지 않고 말하는 신랑.
내심 즐거워하는 저.
"그런데,"
"?"
"웃는게 예뻐."
"뭐?"
웃는게 예쁘다는 소리와 동시에 도끼눈이 된 저를 눈치챈 신랑은 겸연쩍에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아냐. 그렇다고 김현주 때문에 보는 거 아니야. 저기 서경석 때문에 보는거야. 이윤석도 재밌잖아. 저 옆에, 신동진 아나운서도 얼마나 잘생겼는데. 내가 저 사람 좋아하는거 알잖아.
김현주 때문에 보는거 아냐. 정말 아냐, 응? 알았지?"

궁색한 신랑의 변명에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그래도 전 미안하다는 말을 못했어요.
대신 이렇게 말했어요.
"알았어. 한 번만 봐줄게. 다음부턴 김현주 나오면 딴 데 틀어."
마음이 깨끗하고 너그러운 사람은 질투를 초월한다던데 전 마음 속이 돼지우리고 좁아터진 창고인가봐요. 푸후후...
이그, 언제쯤 저의 이 연예인에 대한 철딱서니 없는 질투는 끝이 날까요?

꼬마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