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그냥 어디에 콱 박아 버리고 싶어!"
운전대를 쥔손에 힘을 주면서 난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는 이내 내가슴에서 돌이 떨어지는 소릴 들었다.
조수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그이는 아무 말이 없다.
가끔 교행하는 자동차의 불빛이 반갑게 느껴질 정도의 정적속에
디젤차의 엔진소리가 엄청 크다는것도 새삼 느꼈다.
깜깜한 시골집 마당에 차를 주차 시키자마자 문을 열고 내리며
그이의 목소리가 정적을 깬다.
"뭐라고 했어? 좀 전에 뭐라고 했어?"
큰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그이의 목소리가 목에 걸리면서
목쉰 소릴 내자 억지로 더크게 해보지만 나오는 소린 크지 않다.
"한 템포만 늦춰서 생각하면 될 것을 왜 그리 급해?
하루이틀 산것도 아니면서 나 느린것 이제 안거야?"
"전엔 자기 느리적 거리면 내가 했지만 지금은 내몸이
맘처럼 못 움직이니까 짜증이 나서그래요. 날 위해
한템포 빨리 움직이면 안돼요?"
마음속에선 내가 뱉아논 거친말에 나 자신도 놀라고 있었지만,
속을 터치는 그이에게 질세라 대꾸를 했다.
조금은 외떨어진 그이 아지트가 내 큰목소릴 숨겨 주었고
깜깜한 하늘이 내 일그러진 얼굴 표정을 가려 주었기에
난 바둥바둥 그이에게 따지면서 날 합리화 했다.
말도 시작하기전부터 눈물은 흐르고.
그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인 이었다.
"물 받았어, 목욕이나 해. 속은 상해도 몸상하지 않게 깊히
생각 하지마!"
"그렇게 마누라 생각 할거면 몸도 좀 움직여 봐! 말로만..."
"그렇다고 어떻게 마누라 말 떨어 지기 무섭게 움직이니?
남자 존심 상하게."
"발가 벗고 서로 등 밀어 주는 사이에 무슨 자존심? 부부사이에 제일 필요 없는게 자존심 이래."
결론 나지 않는 입씨름을 밤 두시가 다 되도록 했다.
"나, 백기 들었어! 그만 자자."
전깃불을 끄며 그이가 이불을 끌어 덮는다.
엊저녁의 다툼이 아침 식탁에서 내 말수를 줄였다.
깔깔한 입에 누른밥을 조금 밀어 넣고 나왔다.
차안에서 항상 흥얼거리던 내콧노래도 없고 운전 얌전히 하라는
그이 잔소리도 없다.
가게 앞에 그일 내려놓고 끼-익 소리가 나도록 차를 돌렸다.
지켜 보는 그일 놀래켜서 속 상하게 하고 싶어서.
"아침은 해 먹고 왔니?"
"예!"
"빨래는 담가 놔라, 내가 비벼줄께,"
목욕을 하고 벗어서 싸들고온 속옷이 들어있는 종이백을 보며
어머님이 말하신다.
"세탁기 돌리죠, 뭐. 우선 담글께요."
난, 엊저녁 아무일 없었다. 적어도 어른들 앞에서는.
아버님을 하나도 안 닮은 아들땜에 속 터져 하는 며느리에게
어른들은 언제나 잘 견디며 살아온걸 고마와 하시는게 보인다.
모임이 있는 그이가 좀전에 아무말 없이 나간다.
"밴댕이!"
대충하고 그만둘껄! 내가 너무 지나쳤나보다.
표현력 없는 저 마음을 풀려면 한참 걸릴텐데.
애들 다 내보내놓고 멋있게 산다면서 이게 무슨 꼴이람.
옆에 없는 애들에게 부끄럽다.
전화로, 메일로, 걱정해 주는 아들들에게 아주 편하고 행복하니
염려 말라 했었는데 이런 꼴 이라니!
나이를 한살 더 먹고도 이렇게 상황 정리 못하면서
남편과 티격거리는 걸 보면
나도 별 수 없는 여잔가 보다.
정말 함부로 말 하지 말아야지!
으~~~~~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