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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물 흘린 사연


BY 인연 2001-03-06


인연, 인사 드립니다. ( 꾸 벅 )

저희집 앞 마당엔 아직도 흰 눈이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하지만 봄은 이미 제 마음에도 님들의 마음에도 살포시
자리 잡고 또아리를 틀고 있죠!

따뜻한 이 방에 제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
틈틈히 올리게 될 글들을 읽으시고 함께 웃음과 기쁨을
나누었음 합니다.


내가 눈물 흘렸던 사연

" 엄마. 일어나..오늘 백화점 가자고 약속 했잖아."
" 어..엄마 쬐끔만 잘께..."
아이들이 연신 백화점을 가자며 졸라대고 있었다.
시골로 이사를 오기전에 서울에 살면서 아이들은 고개만 돌리면 자기들이 원하는 것들이 가득 차 있는 백화점을 아주 맘에 들어 했다.
그러니 시골에 와서도 아이들은 갑갑증이 날때면 백화점을 가자고 툭 하면 조르는거다. 오늘도 3일전 부터 약속해 오던 일이다.
" 그래...어휴. 엄마 졸려 죽겠는데 ..가자 가."
난 졸린 눈을 비비며 대충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몇칠째 눈이 내리긴 했어도 마을 근처를 다니는데 별 지장이 없었다.
얼룩 무늬 군복을 입은 군인 아저씨들이 눈이 내리는 대로 쓸어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10년의 무사고 운전을 자랑 하는 나는 여유 있게 노래까지 불러 가며
서울로 향했다.
" 애들아, 저기 봐. 너희들 저렇게 햐얀 산 못 봤지? 햐...엄마는
마구 마구 시상이 떠 오른다." 난 보기드문 경치에 감탄을 해대며
달려 갔다. 그런데 한 10분쯤을 달렸나,도로위 중간 중간에 빙판이
보이기 시작 했다. 에고, 서울 가는 길인데 아무렴 제설 작업을 안 했을라구. 여유만만, 우로 굽은 도로를 다 벗어 날 쯤 흑...이게 뭐야?
나 태어나 처음으로 도로가 스키장으로 변한걸 처음 봤다.
차들이 난리가 났다. 헛바퀴를 돌며 굉음의 엔진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오고 몇대는 꼬리를 물고 접촉 사고가 났고, 어떤 차는 눈 더미에 쳐박혀 비상등만 번쩍 거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머리 속이 멍 해지면서 어쩌냐,우리 이제 어쩌냐,한숨만 나왔다. 아이들은 창밖으로 고개를 빼서는 "와.저기 저차 3번 돌았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지네들이 타고 있는 차는 하늘로 날아 갈거처럼 말하고 있었다.
낭패다! 유턴을 해서 가려해도 중앙선 쪽으로 눈더미를 쌓아 둬서
서울로 끝까지 가야할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아이들이 울상이 된 엄마의 얼굴을 보자 그제서야 상황 파악을 했는지 한마디 한다.
"엄마,빨리 전화 해서 아빠더러 오라구 해" 이것들이 나더러 죽으라는 소리지 !
기어를 1단에 두고 기다시피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어느 카센터로 차를 몰았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저씨 여러명이 그림 맞추기를 하고 있었다.
" 저....아저씨," 최대한 공손하게 아저씨를 불렀다.
"어? 왜 아가씨? 무슨 일이 신가?"
"저기요...밖에 길이 너무 미끄러운데 제가 체인을 못 껴서...
도와 주시면 안 될 까요?
아저씨 한분이 벌떡 일어 났다.
"에고, 우리 이쁜 아가씨 도와 줘야지...나가요"
난 잽싸게 달려나가 트렁크의 체인 박스를 빼서 아저씨게 건넸다.
" 어디 보자....." 그때 아이들이 창문을 열고 " 엄마, 뭐해?"했다
아저씨 나랑 아이들을 번가라 보다 체인을 냅다 던지며 말했다.
" 아 줌 마, 나 이런 체인은 낄 줄 몰라요." 그러더니 휑 하니 들어가 버리는 거다. 아니ㅡ 뭐가 문제지, 내가 아줌만거,내가 뭐 속였나,
비참 했다. 나 거기서 암담해서 먼 산만 20분 넘게 쳐다 봤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니 그 아저씨 다시 나와서 체인을 끼기 시작 했다.
잔소리와 함께..." 아니, 아줌마가 뭐할라구 이 눈길에 차를 끌고 나와서 이 난리요. 체인을 끼는건 기본 아닌가" 그 아저씨 체인 두개
끼는 동안 자기 마누라한테 하는 잔소릴 나 한테 원 없이 했다.
"아, 고맙습니다. 아저씨" 돌아서는 아저씨께 허리숙여 인사 했다.
"아 줌 마 , 나중에 여기 와서 오일 갈아요. 다른데 가지 말구"
아이구, 알아서 모셔야죠. 낸들 아줌마라고 구박 받으면 어떻겠어요
기냥 집에 안전하게만 가면 되죠. 난 차안에 오르자 안도감과 비참함으로 눈물이 났다.
"애들아, 이제 우리 집에 가는거야. " 내가 집으로 가는동안 다른차가 내차를 박는 일만 없으면 무사히 갈수 있으리.
체인을 끼고 나는 당당히 집으로 왔다. 그 거리는 평소에 왕복해도 30분이 안 걸리는 거리다. 그날 난 4시간이 걸렸다.
체인이란게 그렇게 고마운거였나. 새삼 체인 만드신분께 감사를 드리며 얼떨결에 생과사를 오간 그 하루가 꿈만 같다.
하느님, 저 살아 난 거죠? 흑흑...감사 합니다.

그날의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 나지 못해 이렇게 글로 옮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