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시골이라 닷새만에 장이선다.
5,10,15,20... 어제는 겨우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고 3월 첫 장날이었다.
작년에 이사 왔을때는 몇번 헛탕친일이 있었다.
매월 31일이 있는날에는 30일이 아니고 마지막날인 31일에
장이 선다. 3월,5월,7월..마다 30일에 나갔다가 그
냥 돌아와서는 다음날 다시 가곤 했었다.
오후에 날씨가 풀려 장에 나가보니 벌써 봄나물이
나와있었다. 할머니들의 앞에는 쑥이랑,달래,냉이.돈나물등
봄을 가득 안고서들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자락을 잡는다.
허리 꾸부정한 할머니에게서 쑥을 사고
좀 떨어진 다른할머니에게서 냉이도 사고,
장에 오면 한곳에서 안사고 나누어 한가지씩 사드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장바구니는 가득해져
낑낑대며 들고 오면서 후회하기도 한다.
그래도 마음이 풍성해짐을 어쩌랴.
장터에서 제일 신나는곳은 노래테잎파는 좌판이다.
흥겨운 디스코풍의 노래가 신나게 나오면 옷파는 아저씨,
생선가게 아줌마,풀빵굽는 아줌마들은 몸을 흔들고
강냉이튀기는 할아버지도 한몫거들어 느닷없이 "펑" 하여
깜짝 놀라게 한다.강냉이를 1000원어치만 사도
큰 봉지로 가득 준다.
장날때마다 사는 유일한 나의 간식거리다.
장날에 나온김에 은행일도 보는지 농협에 가면
할머니들이 몸빼 바지속 줌치에서 도장과 통장을
꺼내 숫제 창구 아가씨에게
맡기고는 금액만 말하면 저절로 돈이 나온다.
아가씨들은 비밀번호는 어떻게 아는지...
장날의 풍경은 우리네 소박한 삶을 엿보게 한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향기 가득한 노오란 후리지어를 한아름 사들고
집으로 돌아 왔다.오늘 아침은 어제 산 쑥에 조개 넣고
맛있는 국도 끓이고,
살짝 데쳐 된장을 조금 넣고 무친 냉이의 향긋함이
입맛을 돋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