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 시작한 사람은 누굴까?
삶 자체가 스트레스의 연속이거늘 굳이 스트레스라고 따로 이름 붙인 까닭은 무엇인지!
스트레스 종류도 많다. 그 중 "육아 스트레스"라는 것도 있다.
요즘 같이 날씨 추운 겨울엔 바깥 외출을 삼가고 거의 따뜻한 실내에서만 생활을 한다.
우리 아들은 이제 막 두돌이 된다. 볼수록 신기하고 놀라울 정도로 내겐 사랑스런 아들이다.이젠 제법 컸다고 안아 주는 것도 싫어 한다. 그저 막무가내로 집안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며 어질러 놓는 것이 특기이자 취미인 우리 아들!
난 우리 아들에게 참 좋은 엄마가 되어 주고 싶었다. 지금도 노력 중이다. 그런데 난 오늘 너무 허탈하고 내 자신이 혐오스럼움을 느꼈다.
본격 배변 훈련에 들어간지 한달 반이 되었다. 쉬는 어느 정도 가리는데 대변 가리기가 잘 안된다. 그건 첨부터 예상했다.
왜냐하면 아기가 먹는 것에 비해 배설이 많은 편이어서 남의 아기들은 변비로 고생한다는데 우리 아기는 변비는 커녕 변을 너무 자주 봐서 늘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시도 때도 없이 변을 보니 변가리기 연습이 쉽지 않을 수 밖에.....
그래서 난 쉬가리기가 어느 정도 숙련된 후 대변 가리기 연습을 시키기 시작했다. 변기에 앉히는 연습을 시키며 동화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일단 변기에 앉는 일에 친숙해지도록 노력을 한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연습을 했어도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 아들은 그만 실수를 하고 마는 것이다. 벌써 며칠째 나는 똥 묻은 바지 빠느라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오늘 폭팔하고 말았다.
아침부터 씽크대 문이란 문은 다 열어 놓고 책이란 책을 방바닥에 다 어질어 놓더니 오줌도 바지에다 싸고 비디오는 틀어 달라 조르고는 보지도 않고 설겆이 하겠다고 의자 밀고와 옷 다적시고.....
급기야는 바지에다 대변까지.......
난 순간 머리에서 한 줄기 불길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아마 이런 경우를 가리켜 속된 말로 뚜껑 열렸다고 하는가 보다.
아이의 엉덩이를 사정 없이 내리치고는 엄청난 볼륨으로 목청 높여 소리를 질렀다. 아마 "내가 미쳐~ 미쳐"하는 소리를 반복했던 것 같다.
한참을 헐크처럼 으르렁 대다가 똥 묻은 바지를 대충 빨고는 정신 차려 보니 아이가 가만히 나를 바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그렇게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댈 때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었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리와 엉덩이 닦아야지" 하며 목용탕으로 아이를 데리고 와 엉덩이를 닦아 주다 보니 분명 내가 때린 곳은 엉덩이인 것 같은데 상처는 허벅지에 나 있었다. 빨갛고 선명한 손자국이 마치 회초리로 맞은 것처럼 부풀어 있었다. 난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아이를 재우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자괴감이 든다.
난 왜 이리 성질이 못됐을까?
좀 부드럽고 온화한 엄마가 되어야 하는데 화가 나면 참지를 못해 버럭 버럭 소리 지르고 엉덩이 두들기고........
내 여지껏 살아 오면서 오늘처럼 이성을 잃어가며 화를 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이한테 넘 넘 미안하고 부끄럽다.
하지만 아이 키우는 일은 정말이지 끊임 없는 인내를 요구하는 힘든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나 좀 드센 남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더욱 그럴 테다.
아이를 잘 키울려면 마음의 수양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에게 아무리 화가 났어도 험악한 얼굴을 보여서는 안되는데.....
오늘도 육아 스트레스와의 한판승부는 나의 참담한 패배로 끝났다.
그러나 언젠가는 내가 그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날이 올 것이다.
더이상은 참담한 실패를 맛보지 않도록 하리라.
내 안에 잠재해 있는 이 헐크같은 모습을 아이에게 더이상은 보여 주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