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부림스 쌀롱(우리집)에서 겨울 동창회가 열렸으니...
재희야.
그래도 같은 일산에 산다고 제일 먼저 와서 이쁜 앞치마 골라 휘두르고 물불 안가리고 밥을 같이 해줘서 진짜 고맙데이. 그래도 밥순이하는 친구는 너밖에 없더라. 근데 오징어 한마리 채 써는데 30분 걸렸던 거 알쟈? 니 안즉 멀었다. 지옥훈련 더 받아야겠더라. 그리고 새로 산 식탁에 니 아들래미 손자국, 볼펜자국 디따 엄청 묻? 거 아니? 다음에 와서 윈덱스로, 피비원으로 다 닦고 가라. 생긴 건 여리여리 어린왕자처럼 생겨서 왜 하는 짓은 딸딸이 왕짱구라니? 같이 장난친 내 딸은 다 가고나서 벌섰다.
경옥아.
그래그래. 그 밍크! 진짜 톡톡 튀더라. 한국에서 그런 밍크 입을 수 있는 여자가 워디 한둘이라니? 봐라. 키만 모델같은 영선이가 입으니까 7부 밍크가 갑자기 반코트 되면서 토끼털처럼 보이지 않디? 그런 밍크 입어도 자연스레 뵈는 건 다 너의 출중한 외모 탓이다. 그러니 은행에서 만난 모 여텔런트가 너를 그리도 ?돗沮側?쳐다보지. (사실은, 일산에서 보기 힘든 패션이어서 신기해서 봤을거다.) 그리고, 너의 식기도에 10년만에 성령 감화받았다. 은혜가 충만했다. 네 기도대로 호박죽이 온 몸을 휩싸서 다 피와 살이 ?怜憫? 허리아파서 신경주사 맞고도 그리 먼 길을 운전하고 달려온 너의 열정에 다시 한번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너 재희 칼질 하는 거 보고 가슴 터져서 니가 썰더라만 속도면 다니? 그 파채 우리 시어머니가 보시더니 미친년 머릿채같다고 하시더라. 니가 부친 파전 보고는 죽은 년 손바닥 같다고 하시고... 너도 지옥훈련 쪼메 더 받아야 한다.
영선아.
대전에서부터 가고 오고 6시간 길바닥에 내버리면서도 돌맞아 죽을까봐 일산 촌구석에 찾아 온 너와 지희에게 사실, 동창회비 받으면 안되는 거 알면서도 꼬박꼬박 받아서 미안하다. 하지만 다 받아도 적자났다. 그리고, 경옥이 따라서 2년동안 그리도 기른 머리, 부지깽이 달궈서 꼬부렸는지 모르지만 다시 옛 영화를 그리워하며 머리 길러보려던 재희의 의욕을 완전히 상실케 한 책임을 워찌할거나. 풀면 수숫대요 묶으면 빗자루같은 그 헤어스타일이 너의 완벽한 몸매에 치명적인 오류구나! 앉아도 똥배 하나 안나왔다고 바로 옆에 앉아서 똥배나온 옥자가 군침을 흘리고 다시 삼키더라. 전화받으며 돌아서서 벽에 기댄 너의 실루엣!!! 장난아니었다. 넌 전화를 받으면서까지 우리를 즐겁게 한다. 니가 그 계룡산자락에 묻혀 살면서 웬일인지 불평이 없었던 것은 군대교회의 예술단에 가입한 이유라는 걸 비로소 알았다. 나도 진짜 교회 바꾸고 싶다. 그 예술단에 끼고 싶어라. 우리 교회 참말로 징허게 졸립다. 나만 조는 게 아니라 단체로 다 잔다. 친구들과 조금 더 있다가려고 40분 걸어가서 기차표 예약 바꾸고 1시간 더 있을 수 있다며 기뻐하던 너의 천진한 모습에 감동했다. 자고로 우린 모두 널 본받야한다. 특히, 9월에 시험본다면서 학원가느라 동창회 빠진 연정이는 더더욱! 학교 다닐 때 그렇게 공부했으면 지금은 뭐가 됐겟니? 이제 곧 너의 예술단 쇼를 볼 날이 곧 오겠지? 기대하마.
지희야.
너도 6시간 마다 않고 달려와서 달랑 밥 한끼 먹고 가느라 힘들었쟈? 먹은 밥 소화도 되기 전에 일어서느라 엉덩이가 꽤 무거웠지? 졸업 후 처음 봐도 바로 어제 본 듯한 이유는 뭘까?
근데 너 왜 살을 말리니? 얼굴이 아주 반쪽이더라. 나이들어 마르면 얼굴만 짜글짜글해진다. 잘 먹고 피둥피둥 기름기 흐르는 모습으로 만나는 게 우리 나이의 예의다. 얼굴은 작은데 맞는 옷이 없어서 다이어트 시작했다는 말, 그 엄청난 말을 재희 앞에서 그리도 자연스레 하니? 하긴, 니가 오랜만에 동창회에 와서 우리 조직의 생리를 몰라서려니하고 특별히 봐 준다. 앞으로 재희 앞에선 그런 말하면 안?쨈? 얼굴만 큰 재희, 상처 받는다. 살 빼지말고 잘 먹고 푹 쉬자.
애자야.
넌 모임엔 빠지지않고 꼭 참석하는데 왜 꼭 제일 먼저 가니? 너만 가면 다냐? 니가 가고나면 그 다음에 술렁술렁 다들 일어서며 파장 분위기다. 어떻게 책임질껴? 다음엔 니가 젤 나중에 가라. 알았지? 근데, 너 입는 옷마다 나랑 같은 걸 사더라. 너의 탁월한 패션 감각에 매번 감탄한다. 다음에 만날 때는... 알지? 그 패션으로!
옥자야.
니는 맞아야한다. 같은 동네에 살고, 또, 애새끼도 없으면서 늦게 와서 밥은 두번씩이나 먹냐? 또, 계속 코스로 요리 나가는데 밥은 왜 안주냐고 성화냐? 어제 밥을 못 먹었다고 하소연하길래 밥을 굶었나 했더니 점심은 짜장면 먹고, 저녁은 그냥 고기만 먹었다니? 뭔 자다가 사우디 갔다온 소리냐? 일산의 미녀4총사들 체면을 혼자서 그리도 다 깍냐? 경옥이 말대로 날 잡아서 니네 집 가서 그런 옷 다 버리고 올란다. 그 후쭐한 검은색 남방! 무릎나온 쫄바지... 남들이 입으면 보헤미안 스타일인데 니가 입으니까 노숙자같다고들 난리지 않니? 이제 철학학원의 오너요, 경영자(CEO)요, 원장인 니가... 그런 옷차림이 가당키나 하니? 그러니까 어둠의 세력이란 호칭이 따라다니지. 그래도 끝까지 남아서 남은 밥 다 먹어주고 뒷설거지까지 다 해주고 가서 정말 고마웠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더니!
현정아.
역시 니가 와서 우리 아줌마들의 육체적 나이를 평균 열살 이상 깍아줬다. 그 뒤로 흐르는 커다란 털모자며, 파아란 비단 가방하며, 더플 코트에, 밖으로 훌러덩 뻗히는 맥라이언 헤어스타일, 위로 한뼘이나 걷어 입은 청바지며, 그린색 쉐타.... 나무랄데 없는 하이틴 패션이다. 두 손으로 얼굴만 가리면 말이다. 몸도 안 좋은데 그래도 시간 맞혀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니? 널 점심시간에 본 건 학교 졸업 후에 처음인 것 같다. 그래도 그 10분을 못참고 먼저 밥 먹은 거 용서해라. 아줌마가 되면 밥때를 놓히면 허리가 휘고 진이 빠져서 주저앉는다. 넌 그 맘 모를껴. 애를 낳아야 그 허기진 맘을 안다. 그러니 이해해 주라. 그리고 참말로 부럽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우리의 호프 재희 아들 어린왕자가 우리들 보곤 아줌마라하면서 너에게만 누나라고 하더라. 쥐방울만한 게 눈은 있어가지고, 우찌 니가 미혼이란 걸 알았을꼬? (옥자도 미혼이라고??? ) 너 어린왕자랑 노느라 우리끼리 한 얘기 못 들었지? 다행으로 알아라. 처녀는 들으면 안되는 얘기만 했다. 궁금하면 제발 아줌마처럼 하고 다녀라.
아들 델꼬 늦게라도 온다던 정미야, 다음엔 남편까지 델꼬 먼저와서 기다려라.
국가고시 준비하는 연정아, 시험에 안붙으면 우리 모임에서 짤린다. 그리고, 좋은 부동산 있음 알짜 정보 좀 다오.
온다더니 못온다는 유경아.
너는 뭔 일이 그리 바쁘다냐? 요즘 니가 젤 잘 나간다고 들었다. 근데 니가 안와서 우리 다들 너를 그리워하며 너의 그 카페패션과 걸음걸이까지 흉내냈다. 정말 보고싶으니 다음엔 꼭 와라. 너도 아직 미혼이라지? 잘했다. 장하다. 옥자가 그러더라. 아직까지 결혼 안한 게 하나님의 가장 큰 은총이라고!!!
연락도 없이 학교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다가 감기들어 고생하며 오지 못한 경희야. 아파도 왔더라면 그 감기 한방에 날라갔다. 우리 그날 너무 웃어서 허리 결리고 가슴 쓰릴 정도다. 일년치 엔돌핀 그날 다 터뜨렸다. 교사연수 끝나면 한번 보자.
공부하느라 못 온 목사 경은아.
목사도 시험치니? 세상 참 공평해졌다.
하루 공부 더 한다고 열등생이 우등생 되는감? 시험 닥쳐 공부하는 버릇 아직 못버린겨? 암튼, 열심히해서 철커덕 붙기 바란다. 노력도 안하고 기도만 하면 안돼쥐.
아직 애들 어려 집 못비우고, 점심엔 중요한 약속있고, 저녁엔 교회 부흥회라 못 온 지연아.
핑계도 갖가지다. 연락 늦었다고 뭐라말고 가끔씩 동아리에 들어와라. 다음에도 핑계대면 돌 맞는다.
지현아.
넌 이사간 집전화를 몰라서 연락은 못햇지만 왜 안왔니? 얼마나 맛있는 걸 많이 먹었는데... 단호박죽에, 양파소스 샐러드에, 닭안심 파채구이에, 골뱅이 무침에, 해물파전에, 산채 비빔밥과 비늘 김치, 사과 파이와 커피.... (그리고, 특별 회원에게만 제공된 해삼, 전복, 용봉탕까지.) 하긴, 니가 없으니 경옥이가 3인분 하더라. 경옥이, 걔는 어쩜 그리 잘 먹니? 광에 들어가 혼자서 손으로 파이를 마구 집어 먹더라. 네가 왔으면 칼부림 날 뻔 했다. 다음엔 파이 두판 준비할테니까 꼭 와라.
친구들아.
이젠 몸부림스 쌀롱에 노래방 기계만 설치하면 완벽하겠지? 뭐? 수영장과 패치카까지? 그럴려면 올해부턴 계모임 시작한다. 졸업때부터 우리의 숙원인 단체 하와이 여행, 그래. 올해는 꼭 하자.(물론, 부곡 하와이지만!) 안나오면 회원권 분양 안한다.
각지각처에 흩어져 살다가도 이렇게 식탁에 들러앉아 얼굴보면서 같이 밥을 먹고 마시며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즐겁다. 신기하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말을 이제야 믿는다.
친구들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