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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아이입학식을 다녀와서


BY 봄비내린아침 2001-03-03

둘째아이 입학식을다녀와서

2001.3.3일..

둘째눔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었다.

유치원 졸업하고 근 보름가까이를 집에서 뒹굴 뒹굴 구르다가 TV와 컴퓨터에 빠져 헤이해진 녀석..

아침에 고함 고함 질러30분도 넘게 투닥거려서 깨워, 억지 걸음 걸려 끌다시피 학교로 갔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좀은 어색하고 어눌하게 쭈빗쭈빗 뭉쳐 섰다.

'앞으로 나란이, 옆으로 나란이,차렷...'
그런 구령은 이제없다.

'하늘, 땅, 바다,,,'
구령도 시대의 흐름따라서 짧고 어여쁘다.

아이는 아이던가?
채10분도 되지않아,처음의 어색함과 수줍음은 다 어데로 가고 이내 서로에게 익숙해져 장난질을 치기도 하고 한쪽구석에선 벌써 엉켜 쌈까지 벌인다.

식순에 따라 식이 시작되고 교장선생님 말씀이 계셨다.

예순쯤 되셨을까? 아니,더 되셨을까?

"아이구, 이뻐라, 아이구, 이뻐라,,,"
를 연신 뱉으시며 친손주를 얼르듯 벙글 벙글하신다.

그리고, 이렇게 이쁘고 잘생긴 280명의 아이들을 맞으려고 새벽부터 설레는 맘으로 일어나서 깨끗이 목욕하고 참선하듯 기도까지 하셨다는 말씀,

그 말씀이 그분의 웃음을 더욱 넉넉하게 해 주었고, 제법 쌀쌀하게 이는 바람줄기에 훈기를 더해주었다.

"어린이 여러분,, 오늘아침에 집 나설때 --학교 다녀오겠습
니다--라고 부모님께 인사하고 나온사람 손들어 봐요.."

드문 드문 기운없이 아이들 손이 올라갔다.

"이쁘네...이쁘네..
그럼,, 자기이름 쓸줄 아는사람 손들어봐요"

거의 모든 아이들의 손이 쑥쑥 자신감있게 올라갔다.

"그래,그래,,이쁘구나,,이쁘구나,,"

그리고 이어, 교장선생님은 지금까찌와는 다른 어투로 조용하고 단아하게 말씀을 이으셨다.

"이자리에 와주신 학모님들,,
이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고, 우리아이들의 현주소입니다."

"..."

"..아침에 인사하고 집을 나온 아이는 280명중 고작 20여명,, 제 이름자 못써는 아이는 과연 이중에 몇명입니까?
사람됨을 가르치기에 앞서 이름쓰기, 영어읽기, 미술, 피아노, 수치계산이 우선이 되어버린, 지금의 교육..
학교교육 믿어주시고, 믿고 맡기십시오..
초등학생의 2/3가 사교육, 특히 3과목이상의 시간외 과외를 받고 있는 지금.. 우리의 아이들 너무 불쌍합니다.

".........."

조용했다.

다들 나처럼 느꼈을까?
그 말씀이 옳거니 분명히 가슴으로 느끼지만,
나만은 아이한테 그러지 않으리라 늘 다짐하지만,
주위에서 다하니깐, 나도 어쩔 수없이 내아이 뒤쳐지지않게하기위해서, 해야만 할 거 같아서..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낸다.
다른 누구도 나처럼 말을 하겠지..

"인사하고 오는 아이는 10프로안팎, 제이름 못써는 아이는 전무.."
좀은 고장된 비유일지 몰라도 그게 정말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씁쓸

큰아이는 오늘, 토요일인 오늘, 동생입학식이 있었던 오늘, 모처럼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신 기분좋은 오늘도 일주일치 학업 평가를 받기위해 학원으로 가야했다.

GOD의 랩을 좋아하고 유승준의 야릇한? 춤도 곧잘따라하고, 즈음엔 마술을 배운다고 가위로 집안 군데군데를 잘라대는 가 하면, 마분지고 고깔모를 만들고 동전 감추기를 열심히 연습하는...울 아이..

"엄마, 아빠 바쁘시니,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맛있는 거먹고 누나네 가자......"
할머니의 기분좋은 말씀에 신이났건만, 호랭이같은 엄마입에선 '오늘 학원 안 가도 된다'라는 달가운 말이 안 나오니 저는 오죽 속이 상할까..

속상한 저의 마음 알면서 모르는채,
'호랭이'를 자칭해야하는 엄마인 나,
내 마음은 또 편하고 좋기만 했을라구..

나는 이렇게 변명을한다.
"다,, 너를 위해서이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