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36

철없는 남편6 불운아 덤벼라~!!


BY poem1001 2002-01-10

^^
내일은 월차랍니다
역시 그냥 잘 수 없죠
철없는 남편6 나갑니다 ^^

제작년은 정말 저에게는
끔찍한 한해였답니다
다섯살 네살된 두아이와
하루종일 실갱이하며
하루를 살아 내기도 벅찼는데

정정하시던 할머니가
노환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셨거든요
몸은 불편하셔도 성질은 꼬장 꼬장 하신 울 할머니
며느리인 엄마도 혈압에 당뇨에 관절염에
같이 늙어 가시는 처지에
할머니 병간호를 하기는 무리이고
같이 사는 노처녀 언니는
회사일이 바빠 늘 늦게 퇴근하니
병간호 할 사람은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딱~ 제가 당첨 되었네요

큰아이 엄마 아버지께 맡기고
청소 끝내고 병원으로 출근해서
몸도 잘 가누시지 못하는 할머니
식사부터 대소변까지~ 훌쩍~
그래도 할머니랑 정이 들어서
아침에 조금 늦으면 불안하고
보고싶어 지더라구요

작은 아이가 어려서
병원에 오래 데리고 있는 것이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별반 아프지 않고
잘 따라 다녔답니다~
작은 아버지 고모~ 언니들 형부들~
다들 잠깐 얼굴 비추고
매일 전화를 걸어 왔지만~
정작 저에게는 힘이 되지 못했답니다

할머니 병간호 잘하는 손녀라고
같은 병동에서는 이미 소문이 자자했던 저~
복받을 거라구~
언젠가는 큰 복을 받을 거라구~
늘 절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던
옆 병실 아주머니

복이요~????
복은 무슨~
엄마찾는 아이처럼
늘 자기야~ 자기야~ 를 외치며
졸~ 졸~ 따라 다니던 남편
할머니 몸이 안좋아 지셔서
밤까지 병원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제가
언니가 하루와서 병실을 지킨다고 해서
집으로 돌아간다고 전화를 했던 날

울 남편 너무 좋아서
날듯이 퇴근하다가
사고가 나서
어깨뼈가 부러 졌네요..못사로...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구요~????
병간호 할사람 없어서
울 할머니 옆에 옆에 병실에 입원시켰어여~ 흑~

식사 시간이 제일 바빴답니다~
수술해서 혼자 앉지도 못하는 남편
그리고 할머니~
할머니 식사 챙겨드리고 후다닥~ 남편 병실로..
늘 저를 위로해 주시던 아주머니
어이없는 표정으로

"저 병실에 있는 사람이 남편이우~???"

"눼...ㅠㅠ"

그래도 매일 같이 있어서 좋다는
증말..ㅠㅠ 말이 필요 없는 남편~
한달 가까이 그렇게 씻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드디어 병원해서 해방되던 날~
난 스스로에게 정말 대견하다고
아주 잘 해냈다고 위로해 주었지요

그렇게 한달인가 지나서
무릎뼈가 닳아서 더는 치료 불능이 되어버린
엄마의 관절을
인공관절 수술을 시켜 드리기로
가족들이 합의를 봤답니다
헉...뜨..그럼 병간호는 누가~????

큰언니는 허리가 안좋구
형부 회사일 도와주느라
매일 와있을 수 없다고 하고
작은 언니는 화장품 가게를 하는지라
낮에는 가게를 비울 수 없지만
밤에는 와있을 수 있다고 하고
세째언니도 역시
네째 언니도 역시
직장 생활을 하니 낮은 무리이고
막내는 아이가 너무 어려서~ ㅠㅠ
그럼 또 나야~????

하지만 전 할머니 아버지 진지도 챙겨 드려야 하고
음..
하는 수 없이 간병인을 썼지만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자식은 많은데 간병인만
엄마 곁에 있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울 딸들 틈틈히
병실을 오갔으니 별반 외로우시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다만,
병간호만 안할뿐이지
아침에 남편 아침 챙겨주고
엄마네 집으로 튀어 올라가서~
누워계신 할머니 진지드리고
아버지 아침 챙겨 드리고~
우리집 청소하고
엄마네집 청소하고~
모두 합해서
방 여섯개 거실 두개 주방 두개 욕실 두개..
거기다 우리집 마당에
개쉐끼~ 밥까지~ ㅠㅠ

휴~
전 끼니때가
그렇게 빨리 다가오는 줄 처음 알았답니다
그렇게 한달을 보내고
드디어 엄마 퇴원~
나 <==실신상태..
엄마 퇴원하시고 한동안은
제가 살림을 도와야 했지만
한달 정도 지나서는
거기에서도 해방이 되었답니다

"자기야~ 정말 고생해써..장해~"

"우웅..고마오~"

그래도 위로해 주는 건
미우나 고우나 울 착한 남편뿐,

그게 모가 힘든 한해였냐구요~????
한달후~
아버지가 엄마 모시고 병원 가시다가
누가 아부지 차를 받았어여~ 어흑~
이번엔 두분다
예전에 울 할머니가 울 남편이
울 엄마가 입원했던 병원에
같은 3층에 나란히 입원을 하셨답니다
병원에선 이젠 제가 가면
간호사들이 인사를 합니다

긴급 상황이라
이유 불문하고
허리 안좋은 언니
애딸린 동생~
몽조리 동원 되어서 병간호를 해드렸지요~
전 편했겠다구요~????
집에 계신 할머니 진지는 필수 였구요

그때가 가을쯤이 었는데
엄마 아버지가 지으시던 농사가 있었거든요~
우리 밭이 어딘지
우리 논이 어딘지도 분간 못하는 저에게
울 아부지 병실 머리 맡에 있는 핸드폰으로
날마다 전화하셔서~

"애미야~ 밭에 거기가면 배추 이따~
그거 창고에 있는 비니루 가꾸 나가서 덮어야 한다~"

"눼~ 아부지~"

"하늘어멈아~ 마당에 벼 쌓아 놓은거
낮에는 열어 주고 밤에는 벗겨 놓고~"

"눼~ 아부지~"

"하늘 어멈아~ 고추랑 깨랑 햇빛 잘 쏘이게
고루 고루 펴널구~ 개밥은 주냐~????"

허거거걱~
웬 애견가두 아니시구
아부지는 개를 네마리나 키우시는데
그것두 다 떵개들루~
을마나 식성이 좋은지
사료만 주기도 왠지 미안해서
남편에게 동네 식당에서 개밥좀 얻어 오라고 해서
퇴근할때면 개밥을 한통씩 들고 들어 오는 남편~ ㅠㅠ

이거이 웬 신분하락이란 말인가~!!!
죽을 힘을 다해
남편과 나는 논으로 밭으로
마당으로 개집으로(???) 뛰어 다니며
아주 묘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즈음
우아한~ 울 언니들
엄마 아부지 곁에서
온갖 효녀 노릇하며
부모님을 부추기고 문앞에 들어 서는데
개밥을 끓이고 있는 나와~
고추를 주워 담고 있는 울 신랑을 보고는
깔깔~ 대고 있으며

"어이~ 농사꾼 부부~" 이러는게 아닌가..

띠..우쒸..
갑자기 손도 거칠어 보이고
옷차림을 보고 깜짝 놀라 버렸답니다
정말..사람 스타일 구겨 지는거 한순간 이더라~

그후..
난 절대 힘든 일 안합니다~
죽어두 안합니다~
할머니 돌아 가실때까지 시중 들어 들이고
가슴치며 펑펑~ 울어버린 그날 이후로
난 진짜 힘든일 안합니다~
난 고급 향수도 뿌리고
맛사지도 자주 하고
다시금 우아~ 해 지기로 했답니다

직장 생활도 하고
부모님은 또 내 몫을 나누어 분담해 주십니다
그래 난 받을 자격있는 거라고..
하지만 요즘 엄마가 유난히 나이 들어 보이십니다
풍끼가 있으셔서
이틀에 한번씩 언니와 아버지가
한의원엘 모시고 다니시고
혈압약 당뇨약 한약...
매일 드셔야 하시는 약이 한보따리시니..

나는 알고 있습니다
나의 우아한 생활도 곧 막이 내리리란 것을
멀지 않아 자리에 누우실지도 모르는 울엄마를 위해
나는 또 과감히 우아한 삶을 포기하리라~
하지만 불운아 덤벼라~!!!
난 정말 하나도 겁 안난다~!!!





진심으로 당신들을 섬기고 싶습니다
늘 진심으로 나를 지켜봐 주는 당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