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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와 아동 성범죄자들의 처벌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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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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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13


BY 후리지아 2002-01-04

추위를 많이 타는 전 아침 출근길마다 고민을 합니다.
좀 덜 추울려면 어떤옷을 입어야 할까 해서지요.
이천일년 마지막날밤에 눈비가 섞여내리더니 추위가 몰려
왔습니다. 마지막날밤에 송구영신 예배를 다녀오고, 1일아침에
기도원엘 가기로 약속을 해 놓은터라 여간 걱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릴적 칼바람이 분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아침에 산을 오르며 실감을 했지요.
아! 이런걸 칼바람이라 하는것이구나...

우리일행은 늦지 않게 가려고 서둘렀지만...
시간이 되기도 전에 본당성전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냥 내려올 수가 없어 우린 비디오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식당으로 갔습니다. 그곳도 자리를 가득메우고 있었지요.
겨우 자리를 잡아 앉아 기도를 드리고 찬송을 하고...
중간에 뒤를 돌아보니 서있는 사람과 바닥에 앉아있는 사람...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그곳에 모인듯 했습니다.

칼바람을 맞으면서도 새벽부터 산을 오른 사람들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 사회가 아직은 희망이 있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오직 자신만을 위하여 기도하진 않으니까요...
살아도 살아도 다 채워지지 않을 욕심들을 그곳에다 버리고
내려오리라 마음을 먹고 올라갔지만 내려와 마음을 펼쳐보니
욕심들이 그대로 남아 꿈틀대고 있었지요.
마음에 대고 소리를 쳤습니다, 그만 물러가 달라고...
하지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세상이던가요!
그저 하루를 살면서 조금씩 버리며 살아야 하는데, 욕심이
많아 지저분한 것들을 한꺼번에 버리려 했으니 힘들었겠지요...
버리고 나면 채울것을 준비해야 하는데, 아마도 채울것을
준비하지 못했기에 다 버리지 못하고 내려왔던것 같습니다.

물에젖은 모래는 절대 바람에 날리지 않는다 하더군요.
이리저리 휘날리지 않기 위하여 우린...
물젖은 모래처럼 사랑에젖고, 희망에젖고, 나눔에젖고, 행복에
젖어 세상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모든 시작은 그저 작고 미약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긍정적인
사고로 모든일을 행한다면 많은것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작은아이의 건강을 위하여 소원예물을 드렸습니다.
녀석은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새벽부터 토를 시작하더군요...
마음이 조려왔지만, 전 침착하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아프면서 늘 어미에게 미안하다 합니다.
몇달동안 건강하게 수능까지 잘 치루고 원서를 접수하고 기다리는
지금, 아마도 어미가 모르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느날 양말벗은 발등을 내려다보니 자주색 반점이 생겼더군요.
엷은 감기기운도 보이고...
기운없이 누워있는 아이를 두고 출근을 할 수가 없어 집에서
종일 아이를 지켰지요, 죽을 쑤워먹이고...잠을 많이 자지 못하도록
채근을 하고...그래도 녀석은 잠만 잡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으니 병원도 못데리고가고...
혈소판 수치검사도 얼마전에 했으니...특별한 약도없고, 그저
기도만 하고 앉아있어야 했지요.

세상에서 가장많은 축복을 받은이도 어미이고, 죄가 많은이도
어미의 자리인듯 싶습니다.
아마도, 세대가 바뀌어도 어미의 자리는 존속될 것이고...
내 아이도 어미의 자리에 서게되면, 지금 저처럼 마음이
조리고 상처를 입어도 어미의 자리를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지요.

산다는 것은...
물에젖은 모래알들처럼 절대로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자식을
지켜주는 어미의 길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