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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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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59


BY 녹차향기 2001-02-28

늦게서야 여러분들의 글을 남김없이 읽고 이제 제 글을 시작하려구요. 지금은 새벽 1시... 정말 조용하고, 아주 좋은 시간이에요.
워낙 야행성인지라 (아침이면 비실비실...) 지금이 오히려 머리가 맑고 개운하죠.
좀전에 깨끗하게 샤워도 하고 나왔더니 정말 좋은걸요.
하루의 피곤함이 비누거품과 함께 하수구로 쭉쭉 빠져나가고, 세포 사이사이에 스며들었던 스트레스와 걱정거리, 일상의 단조로움도 물에 씻겨 내려가구요.

저희 시어머님은 아들을 딱 하나만 낳았지요.
제 남편에겐 이 세상에 피붙이라곤 오로지 어머님 한 분만 계시고요.
가끔 시어머님께서는
'눈먼 딸이라두 하나 있었으면 이렇게 서럽지는 않았을것을...'
하고 말씀하시고,
남편은
'멍청한 형이라두 하나 있었으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거야...'
라고 말하지요.

서로에 대해 집착과 소유과 너무 강할 때, 가끔 겪게 되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그것이 사랑에서 한참 벗어나 서로가 서로에게 괴롭힘을 주고 받는 일로 변질되어 있을 수도 있어요.
너무 예쁜 새를 가지고 있으면서 예쁘고 사랑스런 나머지 새장안에만 가두어 두거나, 앙증맞아 미칠지경이라고 품안에 너무 세차게 끌어안고 있으면 그 새는 그 힘에 눌러 숨을 멈추거나, 평생을 한번 날아보지도 못하고 새장안에서 일생을 마감하게 되거든요.

잘못된 사랑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것이 이렇게 홀어머니와 외아들인 경우 말고도 흔하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둔갑하여 모든 사람들을 괴롭힐 수 있어요.
정말 사랑하거든, 정말 좋아미칠 지경이거든, 차라리 그 새장을 부셔버리세요.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다가는 제 풀에 다시 날아와 손바닥에서 콕콕 부리를 쪼아댈 때, 주인임을 알아보고 어깨에 날아와 앉으며 먼 곳으로 시선을 둘 때 그 새는 진정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거지요....

남편이 요며칠 시어머님 때문에 괴로워 했거든요.
'어쩜, 이 세상에 더도덜도 없이 딱 둘이건만, 저렇게 안 맞을 수가....'
하며 저 혼자말을 한참 궁시렁거려 보았어요.
"이담에 어머님 돌아가시고 안 계실 때, 난 당신 어떻게 할 건지 훤히 보여.. 땅바닥에 드러누워 아마 데굴데굴 구를거야. 다시 살아나라고 소리지르며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거야. 안 봐도 훤해.
살아 계실 때 잘 해 드려.... 우리 인생 참 잠깐인데, 정말 찰나처럼 짧은 순간들인데, 먼데서 행복 찾지 말아요.."
하고 몇마디 던져 보지요.

어차피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가장 괴로움을 내게 주는 사람도 나와 가까이 하고 사는 사람들이지 어디 먼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인이 내게 시련을 주거나, 고통을 주지 않잖아요?
내 옆에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오는 행복과 불행...
그 사람이 남편일수도, 아내일수도, 시댁식구들이나, 친정식구들,
혹은 함께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어머님,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세요. 뜨지도 않은 비행기를 오지 않는다고 속만 태우고 있음 뭐해요? 저쪽에서 떠서 한참을 날아와야 내 앞에 비행기가 도착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다 때가 되어야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애면글면 속만 태우시다 병이라도 나면 어떡하려구 그러세요? 건강이 젤로 소중한 거니깐, 여유를 가지세요..."
어머님을 양팔 벌려 꽉 끌어안고 잠시 등을 다독다독 두드려 드리고 돌아왔어요.

겨울이 되어야 찬바람을 뚫고서도 동백꽃이 피고, 따사로운 봄이 되어서야 비로소 하늘에 종달새가 날아오르지요.
잠시 한걸음 뒤에서 인생을 쳐다보며,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우리는 잊지 말기로 해요.
오랜만에 언니집에 놀러온 동생에게 아.컴에 있는 글을 읽어주었지요.
제글말고, erding님 글로요.
동생도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려고 하거든요.
입덧이 가라앉기를 바라면서.

모두들 평안한 밤 되세여.
안녕히 주무시고요.
꿈속에 녹차의 탈을 쓴 천사가 나타나거든,
혹시 녹차향기인가??? 하고 웃으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밤새 좋은 기운들이 님들 앞에 채곡채곡 쌓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