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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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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하는 맘


BY 얀~ 2002-01-02

남을 배려한다는 것 쉽지 않죠. 결혼을 하다보니 사람답게 사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요. 친구사이엔 아주 인정머리 없는 녀석으로 통하게됐지요.
"너 손가락 부러졌지?"
이젠 그런 전화도 안 옵니다. 바쁘게 살다보니 어디 다닐 형편이 못된다는 걸 알고, 다들 포기합니다. 10년 동안 거만한 놈이 되었습니다. 형편이 그렇게 만들었고, 그렇게 살다보니 항상 뒤로 밀려난 것이 만남입니다. 습관이란 들이기 나름이라는 게 맞습니다. 문밖에 나서지 않아도 살게 되고, 보지 않아도 견디고, 세월은 잘도 흘렀으니까요. 못 견디게 보고 싶거나, 못이기는 슬픔은 없는가 봅니다. 방황은 했지만, 잘도 흘렀습니다. 세월은.

아프고 힘들면 엄마가 그립고, 하소연을 하기 위해 친구를 찾는다지만. 아프면 몇 일을 끙끙 앓기만 합니다. 사실 몸이 아픈 이유가 거의 정신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력이 빠져 견딜 수 없이 자극이 오면 쓰러집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자고 또 자면 세상을 견뎌 볼 힘이 생깁니다. 그럼 또 일어나는 거죠. 친구를 만나면 술김에 하소연을 합니다. 난 똑바로 산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실수를 합니다. 아무리 잘 살아도 오점인걸.

가장 힘들게 했던 부분이 시댁이란 거였습니다. 끝없이 달려드는 거센 시댁이란 폭풍에 휩싸여 비틀거리고 흔들렸습니다. 둘이 마음 맞춰 사는 건 별 문제없습니다. 살아봐라 어디 부부가 사랑으로만 살아지나 이렇게 말하면 난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결혼하면 잘 살겠다고. 아무리 잘 살아도 뜻대로 살아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순박한 어머니와 철없는 형수와 엉망이 되어버린 시숙과 가끔 힘겹게 하는 시동생까지 순탄하지 못한 생활이었습니다. 고통이 있을 때마다 용기와 힘을 준건 따뜻한 말이 아니라, 매질이었다고. '잘 살겠다고 큰소리 치더니.' '거봐라' 수군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했습니다. 폭풍이 달려들면 내 줍니다. 몸도 내주고 모조리 내 줍니다. 내어줄 거면 빨리 내주자, 그냥 퍼주자, 그렇게. 제일 가까운 형제 사이에도 배려가 필요합니다. 내 것만 챙기다보면 멀어지고 젤 많이 상처를 받기 때문이죠.

배운 것도 없고, 물려받은 재산도 없습니다. 다만 선물처럼 던져진 지뢰만이 있을 뿐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니 엄살도 부리지 못합니다. 빈 몸의 어머니, 시숙의 잘못으로 경매로 넘어간 산과 종종 돈들 무수한 말들, 남은 건 상처지만 그 상처에 꽃이 핀다면 더 향기롭고 아름아울 거라는 생각으로 견딥니다. 삶은 돌아보면 배려를 배운 사람은 어디를 가나 잘 어울려 삽니다. 아니 손가락질과 욕은 안 먹습니다. 포근하고 따뜻한 심성이 있기에 말입니다. 이젠 오는 것도 가는 것도 바라봅니다. 나이를 먹어가나 봅니다. 억새나 대나무를 이해할 것 같습니다. 바람에 흔들리고 폭풍이 닥쳐도 부러지진 말자.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마음의 문을 열고, 바라 보며 응원의 말을 하게 됩니다. 힘들고 괴롭고 어려운 게 삶이지만 살아볼 만한 곳으로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 건, 역시 사람이니까요.
"아프지 말아요, 툴툴 털고 일어나요"
"힘내요, 지금은 어려워도 음지에도 해뜰 날 있잖아요"
힘든 말보단 긍정적이고 밝은 말을 전해요. 살만한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희망을 전하고, 꿈을 찾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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