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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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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이야기...[22]고등공민학교


BY ns05030414 2002-01-02

중학교 일 학년 때 친했던 친구가 찾아왔다.
검정고시를 보라고…
자기가 사는 동네에 고등공민학교가 있는데 그 곳에 가면 중학교 전 과정을 일년에 가르쳐 준다고 하였다.
그럼 자기랑 같은 해에 고등학교에 갈 수 있다고…
귀가 솔깃했다.
학비도 정규 중학교에 비하면 공짜나 다름이 없다는 말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검정고시를 보고 합격을 해야 중학교 학력을 인정 받는 것이라고 하였지만 사실 공부라면 자신이 있었다.

아버지도 큰 언니도 반대였다.
정규 중학교에서 퇴학 당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라서 나쁜 물이 들 것이라면서…
그 시절 내 장끼는 굶고 떼쓰는 것이었다.
또 굶었다.
이틀이 지나자 아버지가 손 들었다.
마음대로 하라고…
발딱 일어나 다녔던 초등학교와 면사무소에 찾아가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친구가 말한 학교에 찾아 갔다.
예전에 다니던 학교의 교복을 입은 채…
외출복이라곤 그 것 밖에 없었기에…
“교복은 까만 스커트에 위에는 흰 옷을 입고 오면 된다.”
서류를 접수한 선생님이 말했다.
내가 다니던 학교의 교복을 입을 수는 없었다. 붉은 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에게 교복을 사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우리 형편에 그 돈이 얼마나 거금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저는 교복 살 돈이 없는데요.”
그 말은 들은 선생님은 어처구니가 없었을 것이다.
“전 지금 입고 있는 옷 밖에 없어요.”
선생님은 날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럼 교복을 살 돈이 생길 때 까지만 그 걸 입고 다녀라.”

거친 아이들이 많은 학교였다.
소문 대로 정규 중학교에서 퇴학 당한 아이들도 많았으니까…
당연히 내가 입고 다니는 옷은 놀림거리가 되었다.
특히 남학생들의 놀림이 심했다.
그래도 무시하고 다닐 수 있었다.
놀림을 당해도 학교에 다니는 것이 일을 하는 것 보다 쉬운 일임을 이미 터득하고 있었기에…

고마운 학교였다.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되어 준 학교였다.
중학교 교사가 되어 교단에 섰을 때 이 때 만났던 친구들이 생각났다.
문제아로 낙인 찍혔던 아이들…
그러나 같이 어울려 놀아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아이들...
학생주임 선생은 문제아로 불리는 아이들을 내가 맡은 반으로 몰아 주었다.
나 밖에 그 아이들을 다룰 사람이 없다고…
사람이 어찌 사람을 다룰 수가 있으랴?
그저 사람이 살다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을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