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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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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지 않는 크리스마스.


BY 만년소녀 2001-12-28


나 어릴 적 몇 번의 크리스마스를 미국 사람들과 같이 보냈었다.

공항의 공군들이 우리 교회와 자매결연을 맺은 관계로 나와 오빠 그리고 친구들은 미군들이 있는 공항으로 자주 초대를 받아 놀러 갔다.

그 때 우리는 합창부가 되어 미군들이 다니는 교회에서 어설픈 영어실력으로 싸이렛 나잇~ 홀리 나잇~ 하고 뜻도 모르는 노래를 연습해서 불렀다.

그리고 예배가 끝나면 식당에 가서 부활절이나 성탄절에만 먹는 칠면조 고기와 그 시절 구경도 못한 음식들이 나열된 뷔폐로 대접을 받고 영화관으로 가서 고소한 팝콘을 입에 넣으면서 또 알아듣지도 못한 미국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를 보고 안내 된 곳은 어느 넓은 홀에 우리를 위해 준비해 둔 선물과 싱싱하고 귀한 과일들이 높이 쌓여 있었다.

오렌지인지 귤인지 모르지만 내 주먹만한 것이 또 왜 그렇게도 맛이 좋은지... 그리고 거봉포도, 바나나, 파인애플...

꼭 별천지에 와 있는 것처럼 그 당시 한 번도 구경 못한 과일들에 취해 있을 때 우리를 위하여 기다리고 있는 선물들은 지금도 구하기 힘들 정도로 신기하고, 멋지고, 곱고도 귀한 것들...

내가 받은 선물은 커다란 배의 그림과 색 색 깔로 구분되어진 실.
그리고 구멍이 커다란 바늘, 아마도 완성된 뒤에 액자를 만들어 걸면 걸작품이 되어질 것 같았다.

내 친구가 받은 선물은 종이 인형인데 옷을 인형에 문지르면 그냥 옷이 인형에 붙어버리는 너무나도 신기하고도 예쁜 것으로 우리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었다.
난 그 후로 아직까지 그런 인형을 보질 못했는데 다시 한번 그런 인형을 보고 싶다.

어떤 아이가 받은 건 건전지를 넣어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
어떤 친구는 예쁜 속 옷. 남자 친구는 축구 공.

그 날 우리가 받은 물건들은 시대를 넘어 선, 어느 멋진 나라의 신기하고도 예쁜 것들이었다.

우린 크리스마스 이브 때면 미군들이 놓고 간 양말선물을 열어보면서 환희의 미소를 머금었고 그 안에서 나온 사탕종이까지도 너무나 예뻐서 버릴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미군들은 내가 어릴 적 느꼈던 멋진 나라의 사람으로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나의 어릴 적 ,우리에게 사랑을 보여 준 분들이라는 점에서 나는 결코 미군들을 미워할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프리카의 미개인 나라에 가서 우리의 물건들을 선물한다면 아마도 내가 느낀 그 때의 감흥을 느끼리라.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신기하고도 멋있고도 값진 것들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