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이가 하루종일 집안에서 놀자니 답답한 모양이다.
저녁때 할아버지가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이현이 좋아라 따라 나갔다가 한참만에 돌아왔다.
목에 핸드폰줄을 걸로 한손에 핸드폰을 조작하면서
열심히 전화를 거는 시늉을 하며 들어온다.
얼마나 앙증스런지 모른다. 물론 6천원짜리 장난감휴대폰이다.
세번을 터치하면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만나요."
그리고 다른 소리 몇가지가 나오는 장난감 핸드폰이다.
이현이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할아버지 충전기에
충전을 해야한다고 올려 놓는다. 너무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내 어릴적 이현이만한 때는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을까?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모래알로 떡해놓고
조약돌로 소반지어 엄마누나 모셔나다 맛있게도 냠냠
햇빛 쏟아지는 양지에 개미군단을 따라 추적하기도 했고
빛나는 모래알을 수루룩! 쏟아받으며 흙내음을 맡고 자랐다.
자연의 소리를 듣기도 했고 출출하면 메삭뿌리를 캐먹기도 했는데 어쩌다 사금파리(사기그릇 깨진것) 구하면 훌륭한 장난감이었고 조약돌로 소반을 만들었다.
황토흙물에 풀잎을 섞어 김치담아 서로 맛있다고 냠냠거리며 놀았는데...
우리 이현이는 바람소리, 새소리, 모래알 쏟아지는 소리를 알기전에 기계음에 익숙해 있다.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 세탁기, 전자렌지타이머 정지소리, 게다가 핸드폰 소리,
이현이의 꿈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로버트 우주인간시대에 살아가야할 이현이에겐 오히려 자연스런 과정일까?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릴 때마다 '아리바바와 도둑'의 열려라 참깨! 가 생각난다.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줄 상상이나 했던가?
이현이가 만나야 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공상만화의 세상이 현실로 바뀌는 것을 생각하며 자연의 소리보다 먼저 기계음에 익숙해지는 이현이를 애처롭게만 생각하는 것은 쓸데없는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