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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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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이가 혜린이랑 결혼한데요 글쎄(울아덜얘기3탄)


BY 장미같은여자 2000-08-05

아들아 너 커서 뭐가 돼려고 그러니? 3탄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올린지라 잊으신분들을 위하여 다시한번 등장인물을 상기시킵니다....
민준.....6살 큰아들
민혁.....3살 둘째아들
엄마.....나 장미
혜린.....민준이 친구
할머니...장미 엄마 그러니깐 민준이 외할머니


우리 큰녀석이 유치원서 돌아왓다.........
들어서면서 큰소리로 떠들어 댄다.....

"엄마 나 누구랑 결혼할지 정햇어......"
"음 누구랑 결혼할건데......"

"나 혜린이랑 결혼할거야.....괜찬지?"
"그래? 근데 그런거 벌써 정할필요는 없는데......."

혜린이랑 우리 민준이랑은 어렷을때 아주 간난아기때부터 한동네서 자란 친구 사이다...
작년에 학원부터 같이 다녀엇는데.....그때부터 우리 민준이의 혜린이에대한 애착이 시작되엇다....

혜린이가 다른 남자아이랑 손잡고 학원서 내려오기라도 하면 삐져서 혜린이 손을 꼬집곤 햇다....
그래도 결혼할사람은 아직 안 정햇다고 그랫엇는데.......

얼마전 민준이랑 같이 유치원다니는 지성이 엄마가 그런다....
"지성이가 혜린이랑 짝하고 싶데요
근데 민준이가 혜린이랑 결혼할거라고 해서 혜린이랑 짝하고 싶어도
못하고 참는데요...."하고 말이다....

녀석 유치원 친구들한테 혜린이가 지 여자라고 떠들고 다니나부다......
선생님말로도 민준이는 유독 혜린이만 챙겨주고 좋아하는 티가 많이 난다고한다.....
(그래서일까 녀석 다른 여자애들한테는 인기가 별로 없는거같다......벌써부터 지 아빠 닮아서
일편단심이니 원............)
가뜩이나 인형처럼 예쁘게 생겨 인기도 많은 혜린이라 민준이의 맘고생이 아주 심하다....
그럼 뭐하냐고요...
쌀쌀이 혜린이는 꿈적도 안하는데....
우리 남편이 그래서 한마디 햇엇다...
"민준아 혜린이는 너무 쌀쌀맞더라.....
다른 여자애들도 이쁜애 많으니깐 다른 여자애 한번 찾아봐........"
하고 ....
아마도 쌀쌀맞고 무뚝뚝하고 애교없는 마누라 데리고 사는
자기도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아들까지 고생할까봐 겁나나부다.....

"그래도 나 혜린이랑 결혼할거야..."
"근데 엄마 나랑 혜린이랑 결혼하면 우리는 뭐가돼?"

"민준이랑 혜린이랑 엄마 아빠가 돼지?"
"그럼 애기도 생겨?"
"그럼"

"그럼 그 애기가 엄마랑 아빠한테 뭐라고 불러?"
"엄마는 할머니가 돼고 아빠는 할아버지가 돼지......"
"그럼 할머니는 뭐가돼?"
"할머니는 증조 할머니가 돼지......."

"그러면 나랑 혜린이랑 엄마 아빠가 된다음엔 뭐가돼?"
"너희들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지....."

"그럼 엄마랑 아빠는 뭐가 돼는거야?"
"이제 엄마랑 아빠는 증조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는 거지......."

"그럼 할머니는 뭐가 돼?"
"음 고조 할머니....."

그때 옆에서 듣고만 계시던 울 친정엄마가 한마디 하신다.
"우리 민준이가 할아버지가 돼면 이 할머니는 죽어서 이세상에 없단다....."

아무 대답이 없다......
그러더니만......

"그럼 나 결혼 안할래....할머니 죽는거 싫어......"
하면서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랑 나는 당황스럽기도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며
어찌할바를 몰랏다......

"나 어른도 안될래....어른되면 결혼해야 되자나......
내가 과학자 되면 어른이 안되는 약만들어서 그거 먹고 나 어른안될거야......
그리고 할머니 죽지 않는 약도 만들어서 할머니랑 같이 살거야......
나 혜린이랑 결혼 안할래........"

순간 우리는 민준이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지 않앗다 싶어 뜨끔햇다.......
이 어린아이에게도 죽음이란것이 이렇듯 두려운 슬픔으로 남는구나......
문득 나도 울 엄마가 없는 삶을 생각해 보앗다.....
두려움으로 나의 머리속까지 꽉차고 가슴이 답답해왓다.....
나에게도 견디기 힘든 벅찬 슬픔이건만 내 아이에게 너무도 큰 상처를 주지 않앗나 싶엇다......

"민준아 정말로 과학자 꼭 되서 죽지않는 약 만들어줘.....
엄마도 할머니가 없는 세상서 살기 싫단다....."
하며 엄마랑 나도 같이 울고 있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