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나눔이 참 묘하지
내 것 남에게 주는 일에도
어찌 그리 기분이 좋은 것인지
이땅에 와 보잘 것 없는 사람
숲에 숨어 그저 뉘 아는 이 없이
살아간다고 했는데 그래도 어찌 어찌
사람 사는 냄새 맡고 귀한마음들 찾아와
두고 가는 사랑 보따리 어찌 감사한지 모르겠다
비가 부슬거리는 한 밤중에 요란한 벨 소리에 놀라
내려가 보니 생전 처음 받아 보는 과일 바구니 ..
내 받은 자격의 유무를 따지며 거절하자 대문안에 쑤욱
밀어두고 가는게 아닌가.. 마음이 당혹스럽고 머리속에
거미줄처럼 가는 줄로 온통 내 받을 자격을 헤아리기 바빴다
무거워 올려오지 못한채 아래층에 두고 아이들 오기만 기다렸다
잠시 후 또 다른 벨 소리에 놀라 내려가 보니 이번에 작은 봉투
하나 현관문에 끼워져 있었다 꺼내보니 꽤 큰 상품권이 들어있는
것 아닌가 ... 도대체 무슨 일인지 ...
새벽기도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 늦게서야 돌아온 아이들 인사만
받고 잠자리에 들었다. 선물 보따리는 까마득히 잊고서 ..
아침에야 과일 바구니 생각이 나서 아이에게 엇 저녁 왜 바구니를
들고오지 않았느냐 물었더니 아이가 하는 말, 엄마께서 그 자리에
두셨을때는 생각이 있어서 그랬을꺼란다. 아들 생각에도 아마 그것을
우리가족이 먹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는가보다.
분명 우리의 것 아니라는 말을 하고 아이들과 고민하길 두어시간
과일 바구니는 우리가 먹기에 너무 귀한것이니 일년동안 수고하신
목사님댁에 가져다 드리기로 결정하고, 문제는 상품권 ...
머리속에 떠오르는 두 가정이 있었는데 첫 번째 떠오르는 사람에게
전하기에는 두 번째 가정에게 너무 미안했다.아이가 제안을 했다
엄마는 모든 선거나 하는 일에 제비뽑는게 성경적이라 했으니
제비 뽑기를 하잔다. 듣고보니 좋을 듯 해 두 장에 각 가정의 이름을
쓰고 아이 손에 쥐게하고 '왼쪽' 하고 부르니 아이 손에서 나온 가정의
이름이 내심 처음에 마음 먹었던 가정이었다.. 놀라워라 ...
참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지 부족한 내게도 감사할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스스로 놀라웠다.
돌아보니 내 얼마나 부끄럽고 부족한데 어찌 그들 마음속에
그분께서는 나같은 사람을 돌아보는 마음을 갖게 하셨을까.
어쩌면 성탄절에 그 분 사랑이 돌고돌아 모두에게 기쁨과 넉넉한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하시려고 나를 잠시 도구로 사용하셨는가 ..
선물을 나누는 일에 아이 말대로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대상을 정하고 서로 마주보며 깔깔대는 엽기가족이 되고 말았지만
성탄 이브날 아침 우리 가족은 온 집안이 떠나갈 듯 웃었다.
감사와 감격과 나눔의 축복이 돌고 돌아감을 깨달으며 ....
2001년 성탄절 이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