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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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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맞는 크리스마스


BY 雪里 2001-12-25


"어째 네가 먼저 나가니?"
그이보다 먼저 나갈 채비를 하는 날 보고 아버님이
의아해서 물으신다.
"제가 오늘은 하루종일 가겔 보려구요.그이 쉬라구요"

오늘은 하루종일 가게를 보기로 맘 먹었다.
최근 한달여를 그이에게 혼자 가게를 보라고 했더니
어제는 지루하다는 언질을 했었다.
손님도 없는 가게를 지키는게 "창살없는 감옥" 이었으리니
오늘 뜻깊은 성탄절날,
"자기 하루 푹 쉬어요!"
큰 인심 쓰는양 하며 가게문을 열었다.

화실이 쉬는 날이니까,오늘은 맘먹고 가게를 잘 봐야 한다.
그래야만 내일부터 또 맘놓고 큰소리치며 화실에 나가지.
내심 꿍꿍이(?)를 모르는 그이,
하루종일 쉬라는데 행복해 하며
거실쇼파에 깊숙히 몸 묻고는 커다란손 펴서 서양인사를 했다.
딱히 할일도 갈곳도 없으니 아지트엘 가겠지.

하얗게 눈이 내리고 있다.
손님이 시킨 커피를 들고 아가씨가 들어오며
"메리크리스마스! 화이트크리스마스네요,언니." 한다.

맞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왠지,크리스마스엔 눈이 내려야만 좋아들 한다.
헌데 난 눈을 털며 들어오는 손님에게
"쌓이겠지요? 길 미끄러워지면 어쩌나. 사고 많이 날텐데."
그랬다.

분명히 엊저녁에 티비에서 성탄절의 분위기를 느꼈었는데
이렇게 까마득히 잊고는 내리는 눈을 보며
겨우 길 미끄러울것만을 생각해내는
멋없고 분위기 없는 그런 여자가 되어 있는 거다.

많이 쌓일것 같던 눈이 멈추고 있다.
길옆에 세워둔 차위에 하얗게 쌓인눈이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빛난다.
금방 녹여 버릴 것 같아 아쉽다고 생각을 돌려 본다.
오늘이 성탄절이니 하얀 세상이 어울릴것 같아서.
그러면서도 또 맘 한쪽구석엔 미끄럽지 않을 길이 다행이다.

어쩔수 없나보다,
중년의 크리스마스는.

바짝마른 상수리 잎처럼 되어버린 감정을 추스려서
생각나는 친구들에게 전화라도 해야겠다.
연하장을 대신해서.

노는날이라고 아직까지 누워 있을듯한 큰아들에게
문자 메세지를 띄웠다.
"메리크리스마스. 밥 먹고 누워라."

중년에 맞는 크리스마스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