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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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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의 친구와의 대화(9)


BY agadacho 2001-02-20

사무실에도 가끔 들려 친구분이 과장으로 있는 부서에 가서 함께 차도 마시고 놀고 가던 슈퍼의 지배인 아저씨가 어느 날 전화를 하시어 저녁에 가까운 친구 있으면 같이 놀러 오라고 하였다.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근처 빌딩에서 일하는 친한 친구를 불러내어 같이 가자고 하니 어떻게 알게 된 사람이냐고 자꾸 꼬치꼬치 캐묻는다. 이 난처한 입장이란... 어린 마음에 자존심이 있는데 어찌 사실대로 고백을 할 수 있을지고... 슈퍼에 자주 가다 알게 되었다고 적당히 얼버무리고는 약속장소로 같이 나갔다.

아저씨는 먼저 나와 있었다. 약간 하야잰 회색빛 머리를 멋들어지게 앞으로 흘러내리게 빗어내리고... 멋들어진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칼질에, 달콤하고 속이 화끈해지는 포도주까지... 취미로 바이올린을 연주한다는 아저씨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제법 격조 높은 음악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을 즈음, 아저씨는 말하였다. 일요일에 같이 안 놀러 가겠냐고... 친구도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친구들과 낚시를 가려고 하는데 동행을 하여 대화를 나누면 좋을 것 같다고...

잉~? 이제 무슨 뜻이람? 70년대판 원조교제가 이런 식이었을까?
기분이 싸늘해졌단다. 결국 원하는 것이 이런 것이었나? 글쎄~ 천방지축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날뛰더니 급기야 이런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인가? 아이고~ 이래서 모름지기 여자는 행실이 고와야 한다는 것인가 보다 싶었다.

지난 날 지은 죄는 지은 죄고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 한마디로 거절을 하였단다. 가끔 아저씨를 만나 대화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은 좋으나 그런 모임은 왠지 싫다고...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시지 말라고... 그냥 마음이 내키지를 않는다고... 이해하시라고...

그 뒤로 사이가 서먹해지고 전화도 뜸해져서 아저씨는 추억의 뒤안길의 씁쓸했던 기억으로 남게 되었는데... 그 뒤에도 몇 번 더 친구로 부터 추궁을 당해야만 했다.
"너는 도대체 말릴 수가 없어. 언제 어디로 튀어갈 지 알 수가 없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