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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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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74) * 함께 걷는 길 *


BY 쟈스민 2001-12-20

이 해가 다가기전에 얼굴 한번 더 보자고
요즘은 누구나 약속된 만남으로 인하여 다들 바쁜 것 같다.

큰 아들인 남편은 여기 저기 식구들에게 전화를 하여
이번주 토요일날 모두들 우리집으로 오라 한다.

그냥 같이 얼굴 부딪고 밥 한그릇 먹으면서 그간 못다한 이야기나 나누자고 ...

우린 누구나 이렇게 혼자가 아닌 함께 걷고 있는 길임을 가끔씩 확인하며 살고 싶은가보다.

곁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힘이 되고 있음이 세상이 녹녹한 게 아니란 걸 알게 될 때
더더욱 실감이 나는 듯 하다.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이야기 나누기 좋아하는 남편은
우리집에 사람들 놀러오라할 때 보면 마냥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달떠 있다.

시댁식구들 모두 모이니 스물 한명이다.

무얼 먹을 것이며, 어떻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인가 ...
나는 구체적인 스케쥴을 짜야 한다.

아마도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수다 보따리 풀러놓을 시누, 올케들과
장성한 자녀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흐믓하실 시부모님,
그리고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긴긴 겨울밤이 짧기만 할 것 같다.

살아가다가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지 싶다.
그럴때는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처럼 아득하기도 하고 그럴지 모른다.

그런 시간엔 같은 하늘 아래 함께 걷고 있는 이들을 떠올리며 힘을 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몇마디 위로의 말이 아주 오래도록 아팠던 마음에 큰 위안이 된 적도있었으니까 ...

왜 나만 이렇게 힘겨운 일을 당해야 하는지 자신의 불운을 탓할때도
그들은 묵묵히 지켜보아 주었으며, 따뜻한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뭔가를 주고 싶고,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부모를
섬기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함께 공유할 부분이 지금껏 남아있는
넓은 의미의 가족을 이루며 사는 것이다.

자주 있는 만남이 아니니 만날때마다 아이들은 자라 있고,
어른들은 그 세월만큼 주름이 깊어 갈 테이지만,
그 속에 이는 사랑의 의미는 변함이 없지 싶다.

미처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우리는 그 길의 한가운데서
마주칠지도 모르는 어떤 고난에도 그런 사랑의 지킴들이 함께 하기에
미리 겁을 내는 일도, 중도에 멈추는 일도 하지 않고서
계속해서 그 길을 걸을수 있는지도 모른다.

새해에는 나와 인연지어진 모든이들에게
내 안에서 아무리 퍼내어도
메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사랑을 키울 수 있었으면...

내가 걷는 길이 때론 지독히 외롭고, 쓸쓸하다고 해도
그네들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음에 늘 그랬듯이 위로가 되었으면 ...

내가 그네들에게 내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가끔씩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그네들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가는 길이 한없이 아득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함께 걷는 이들이 있어서 그 길이 조금은 더 밝고 평안한 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길에는 항상 풀 향기 같은 풋풋함과, 사랑으로 피어나는
작은 풀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어
언제나 편안하게 거닐고 싶은 정든 길을 걸을 수 있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