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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김치. 김치. 어찌하오리까...


BY 몽마르뜨 2001-02-20

추위를 워낙에 많이 타는 나는 겨울이 싫다.
그러나 겨울이 좋은 딱 한가지 이유.
김치를 담그지 않아도 된다는 점.
1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김치담그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결혼한지 만6년하고도 2달이 넘었다.
처음에는 친정과 시댁에서 가져다 먹는 것도,
"저는 아직 아무것도 할줄 몰라요" 하면서 합리화됐었는데.
연세드신 시어머니께 때마다 부탁드릴 수도 없고,
서울에 계시는 친정엄마는 일을 하시고,
친정엄마는 가끔 김치떨어졌냐고 물으시지만,
일주일에 하루쉬시는데 차마 2시간 전철타고 오시라고도 못하겠고,
(여기는 일산임)

시댁에서 가져다 먹던 김치가 너무 셔서 이제는 찌개이외에는
용도가 없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을 D-DAY로 잡고 배추와 무, 부추, 파등을
배달시켰다.
배추를 4등분해서 소금물에 담궜다가 사이사이 소금뿌리고,
나머지 양념준비, 익숙하지 않은 일은 시간도 다른 사람의
두배가 걸린다.
어찌어찌해서 준비완료.
배추를 보니 약간 덜 절여진듯 싶었는데... 뭐 어때.
양념에 소금 더넣지.. 너무 쉽게 생각했다.
분수모르고 포기김치 담글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김치통에 넣고는 이틀이 지난 오늘에서야 열어보니.
아뿔사. 얌전하게 숨죽이고 있어야할 김치가,
톡 건들면 하늘로 날아갈기세다.
꼭 양배추에 고춧물 들여놓은 것 같다.
기운이 쭉 빠지고, 눈물이 날 지경이다.
어쩌냐 도저히 못먹겠는데.... 간은 하나도 들지 않고.
찹쌀풀에 부추에 양파갈아 넣고, 어깨가 지끈거릴만큼
힘들었는데....
지난 가을 두번 성공한데서 자신감이 넘쳤는지...
김치담그며 버린 배추가... 난 벌받을거야.
음식 못하는 사람. 같은 음식을 내일 또해도 간이 틀린다.
남의 음식 간맞추는 것은 귀신같은데.
내가 할때는 혀의 신이 마실이라도 가는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어쩌지.
남편이 김치 담근다고 애들 봐주고,
허리아프다고 온갖 생색은 다 냈는데....
내일 밥상은 무었으로 채울꼬...

저에게 김치 쪼금만 나누어 주실분 안계신가요.

목요일에 알뜰장터 열면 또 사다가 담궈야지.
누가 이기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