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김치 가 갑자기 식탁에서 푸대접을 받는다
알맞게 익어서 맛있게 먹던 식구들이 요즘 젓가락 닿는 햇수가 줄더니
며칠전 부터 김치 그릇 주변을 맴돌기만 한다
벌써 입맛들이 봄 을 타나 보다
하기사 나도 푸성귀 가 그립고 겉절이가 생각나고 열무 물김치가
떠오르는데 말해 무엇하랴
입춘이 지났으니 봄이라고 해야겠지만 날씨는 아직도 쌀쌀한데도
입맛들은 벌써 봄 을 맞았나 보다
할수없이 오늘은 김장김치는 찌개거리가 궁할때 꺼내리라 생각하고 잘 봉해두고
봄동 과 열무 두 단을 사서 겉절이와 물김치를 담구었다
저녁시간 내 내 동동거리며 다듬고 절이고 양념 하면서 식사준비 하느라
혼자서 난리를 피운후 겨우 마무리를 했다
저녁상을 보다가 김장김치 한 포기 꺼집어내서 양념을 흐르는 냉수에
씻어내고 쌈 거리로 접시에 올렸더니 요 며칠 푸대접 받던 김장김치가
봄동겉절이 와 함께 식탁에서 프리마돈나가 되었다
그럼 내일은 김치전을 해주고 오후엔 김치볶음밥을 하고 두고 두고
맛있게 먹을 요량으로 다시 잘 봉해서 갈무리를 하고 열무는 하루저녁
삭혀야 하니 상온에서 보관하기로 했다
우리 몸 은 누가 봄이야 하고 말해주지 않아도 먼저 계절을 받아들이는가
보다
둘째애를 낳고 생긴 눈 밑 기미 가 봄기운이 스민다 싶으면 젤 먼저 나타나는데
해마다 이맘때쯤 부터 벌써 몸이 나른해지고 피곤하며 소화기능이 약해지고
하는것이 꽃이 피고 완연한 봄 이 자리하고 나면 회복이 되곤했다
사상의학적으로 분명 겨울을 이겨 내기 위해 축적했던 에너지가 다 소비된후
생기는 현상이라고 전문가는 말씀하시겠지만 그 방면으로는 아는것이 없으니
뭐라고 할순없지만 분명 내 몸은 계절을 한발 빠르게 전해주고 있음을 느낀다
풋내나는 푸성귀에 쌈을 싸서 한입 먹으면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이 활짝
열리는 느낌이 든다
봄은, 대지에서, 입맛에서 ,내 몸에서, 바다에서, 나무끝에서, 오며 우리집에선
아무래도 입맛에서 제일먼저 오나보다
열무물김치 가 맛이 들면 된장 뚝배기에 보글보글 된장 지져서 고추장 한숟갈
넣고 참기름 한 방울 넣고 쓱쓱 비벼서 이른 봄병을 앓고 있는 내 몸속을 채워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