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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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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네...라고 고백합니다.


BY 노피솔 2001-12-06

접기로 한다

박 영 희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 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
슬프거나 우울한 마음이 자락을 펼 때는 가만가만 그 것을
질겅질겅 씹어보는 것도 때로는 좋지만, 그러나 그대로 늘상
방치하면 그 마음들은 곰팡이가 되요. 누룩처럼 내 안에서
번져나가 어느 사이엔가 나를 변질시켜요.

언제나 햇살처럼 밝게 빛나거나 웃을 수 있는 곳이 삶이 아니라지만,
그래도...마음 한자락 비우고, 마음 한구석 접어가다보면 상처는 어느듯
아물어가고, 딱지가 게껍질처럼 들어앉게 되지요.

억지로....그 딱지들을 뜯으려해서는 안되요.
도로 피가 나거나 혹은 상처입은 흔적들이 더 또렷하게 남거든요.
그냥....시간 속에...손대지말고 내비둬요.

오랜만에.......정말 오랜만에 그를 축복하며 기도했어요.
정말 정말 그가 행복한 나머지 생애를 누리고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마른 가지처럼 삐쩍마른..... 한 남자.
하지만 더불어 같이할 수 없는 맞은 편의 선로이기도 하지요.

처음에는 한 길로 달리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끌어 당기고, 다투고, 불편해하지만.......
그 마주보며 달림을 인정할 때...그리고 그 법칙을 터득할 때
우리네 영혼에는 자유함이 임하는 것이 아닐까........

저는 참으로 늦게.......
그 맞은 편의 선로를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네요.

어쩌면...구속이 없기에 더 담담한 제3자의 객관적 시야와 감정을
지니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가.......좋은 사람을 만나서 남은 생애를 평안과 안정 속에
지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를 하나님께로 돌리기 위해, 저에게 어린양의 역할과 십자가에
매이는 시간을 주셨으나. 그걸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주님...당신에게 오랫만에..참으로 오랫만에 고백드렸네요.

기도를 잃어버린지 오래됐어요.

하지만 한 번도 하나님을 떠난 삶은 생각해 보지 못했네요.
죄와 사망의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그래도 당신의 손길아래,
당신의 눈길아래 있다고 늘상 생각했어요.

왜냐면 당신과 나의 관계는
당신의 원초적인 계획과 선택하에 있었기 때문이예요.

내 생애에서 최고로 잘한 일...가운데 하나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일이라고 감히 고백하던 날들이 있지요.

지금도 그렇냐구요?

네..........감히 네...라고 고백합니다.

교회에 안 나간지도 오래되었고.........
영성이란것은.....잃어버린지 오래인지 모르나.......
주님........당신은 제 인생의 축복입니다.
당신을 만난 것은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은혜입니다.

12월입니다.
어제 풍성히 눈내린 곳이 많았답니다.
눈을 보면...어느 시인처럼....요한복음 3장 16절이 온 땅에
말없이 내려앉는다고.......생각해 봅니다..

.빨갛게 빨갛게 내려앉는 축복의 순결한 눈송이들.............

주님........제 남은 삶들.....
당신의 뜻대로 인도해 주시고
당신이 말씀하실 때...마음 열어 듣는 귀를 제게 주시옵기를..........

저의 어리석음만큼이나
더 빛나는 당신의 섭리로 제 삶에 간섭하실 줄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