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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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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는 왜 친구가 안되는지(2)


BY hestera 2001-02-14

내 생전처음 스스로 친구하고 싶은 애가 있었다. 그러나 놓쳤다.
이제와서 생각하니 그 얘정도면 남편으로 살아도 존경하고 믿을 만했으니 사건아닌가? 동갑네를 우습게 알던 난 그앤 어려워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걔도 날 어려워했다고 들었다.
그 아는 공부도 잘허고 고등학교 학생장출신.
그 이유는 공부도 공부지만 목청이 기차화통은 저리가라 .젤 앞반에서 그아가 웃으면 건물 젤 끝반에서도 들렸다니까. 사실 소리가 엄청커서 그아랑 섞여서 걸어가다 험 하고 기침한번 하면 시내사람 온통 쳐다보는 통에 여자애들은 몽조리 돌아서서 쇼윈도를 기웃거리며 일행이 아닌척했다. 그럼 그아 친구들 킬킬대며 허는 말 얘네들 우리 일행이래요. 못말리는 얼라들이었는데.
또 한자를 어찌나 잘 써대는지 난 2학점짜리 통계학 리포트를 부탁해놓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일필휘지로 써갈겨댔는데 내가 못읽는 한자가 태반이었다. 그애의 달필을 도저히 흉내낼수 없어 허는 수 없이 겉표지도 그애 필적으로 써야 했던 그 쓰라림. 아마 교수는 알았을겨, 그당시 워드는 커녕 타자기도 없었던 시절이었으니.
그아는 여자애들이 남겨논 밥 절대 안먹고 반드시 먹기전에 덜어줘야 먹는 아였다. 자긴 찌꺼기는 안먹는대나 하면서 또 남기고 먹는 여자애는 경멸했다. 애초에 덜어주면 될걸 왜 아까운걸 남기냐면서.
결정적으로 그아를 좋게 본 사건
어떤 교회에서 칸타타를 한다고 해서 작당들해서 몰려가기로 했다. 근데 다들 아직 안오고 그아와 나만 상봉. 결국 다 올 때까지 둘이 밥먹고 기다리기로 했는데 밥먹다가 문자를 쓰길래 " 그양반 몰골은 흉악혀도 문자속은 기특하오" 했더니 그 아 왈 " 호로자석이로고"
오메 난 밥먹다 놀라서 목구멍 멕혀 죽는 줄 알았다.
어떤 어른이고 얼라고 그렇게 정확히 대꾸하는 인간이 없었다.
그건 춘향전에서 방자와 몽룡이가 나누는 수작.
옴마나, 이렇게 재치가 있는 남자도 있었구나. 내 취향에 딱이었는데, 그아는 나중에 머리 좋은 여자랑 결혼하고 머리 나쁘지만 얼굴은 예쁜 여자랑 연애할거라고 해서 차라리 예쁜 애랑 결혼해서 머리 좋은 애랑 연애해라 그랬다. 머리 좋은 여자 자존심 건들지 말라고.
몽조리 치기어린 헛소리들. 우린 그렇게 몰려 다니며 헛소리해가며 오락실 다니고 그랬다.
난 우선 그아가 두려웠다. 내 속을 들킬까봐 그리고 내가 모처럼 존중할 만한 인간을 만났는데 그아도 얼마있다. 사랑해 어쩌구 수작을 부리면 내 환상이 깨져버릴까봐. 열심히 참았다.
친한 내 여자친구가 떠봤단다. 둘이 잘 통할 것 같다고 했더니 그아 왈 내가 저 같은애 안좋아할까봐 많이 어려웠다고. 시상에 인연이 아닌가비지 그걸 진즉알았다면 서로 사랑을 느끼면 가차없이 떨어져 버리자고 계약서 같은거 쓰고 만나서 재치문답같은거나 하고 쏘다닐 걸. 졸업 후 어디 취직했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그 뿐 그런 인간 다시 만날 확률은 어차피 없더라구.
아마 이제 그아를 다시 만나면 그 풋풋했고 영양가 없던 흰소리들로 떠들썩했던 그 시절은 그걸로 끝장이겠지 적당히 배나오고 머리도 벗겨지고. 게다가 한번도 손 한번 잡은 적도 없는데 갑자기 젊은 날이 그리운 나를 외롭고 할일없는 아줌씨로 오해해서 손잡자고 덤비면 내 영롱한 과거 끝장나지. 남자들은 너무 단순해서 두세번 만나면 손잡을려고 하는 종류아닌가? 울 남편도 그랬으니까. 또 딴 남자들도 대개 그렇던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