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줌마가 다 있다.
결혼10년을 넘어 11년을 채우려는 아줌마가 김장이라는 걸 첨하고 있다.
온 아파트가 화제거리가 되었다.
김치도 겨우 해 먹던 난 얼마전 남편이 공짜 배추를 얻어 오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지금 김친지 김장인지를 하고있다.
결혼초에는 일하고 있다는 핑계로 시댁으로 친정으로 얻어다 먹고,그래도 양심이 있어 동생이 시집을 간 후로 내가 담아 먹어야지 하고는 솜씨아닌 솜씨로 남편을 흐뭇하게 해 줬었다.
시댁으로는 가까이 솜씨 좋은 형님들이 계시니, 막내인 내가 굳이 없는 솜씨로 어머니 입맛 버리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며칠전 남편은 배추 좀 준다는데 얻어 갈까 하고 전화를 한 것이다. 난 그저 한두 포기 정도 생각으로 yes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간밤에 남편이 가져다 둔 배추를 보니 앞 베란다 창을 막고 있었다.
꼭 서른 한 포기라는데.
악-
난 거의 기절을 할 뻔했다.
아는 동네 아줌마들 다 퍼주려 해도 전부 배추가 많다며 고개를 젓는다.
겨우 열 포기 정도 해결을 하고도 난 이틀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결국 일을 저지르자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뒤 남편에게 먹어주는 일은 맛과 상관없이 당신이 다 책임지라는 다짐을 받은 뒤 난 소금부터 사러갔다.
안 해먹던 집이라 소금에 마늘에 고춧가루에 갖춰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밤늦게 아이들 재워 두고 혼자서 스무통 정도를 욕조에 절여두고는 다음날인 오늘 난 밤 열시에 다시 아이들은 남편에게 모든 책임을 주고 혼자 양념을 버무리기 시작했다.
난 내가 생각 할 수 있는 모든 김치에 대한 상식을 다 동원하여 정성과 맛을 내었다.그렇지만 화학조미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서.솜씨도 없으면서 무슨 베짱으로...
하여튼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속을 버무려 하나씩 맛을 보인 것에는 모두들 합격점을 주었으므로 ok사인과 함께 아이들과 남편은 잠자리에 들게 하였다. 그리고 지금 세시간째 난 열심히 집에 있는 통을 모두 모아 놓고 열심히 고춧가루 칠을 하고 있는데, 너무나 등이 아파 잠시 시원한 맥주를 한 잔 하고 있는 중이다. 동네 선수 아줌마들 모두 도와 주겠다는 것도 사양하고 난 지금 처음 하는 김장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 내일 작은애 어린이집 달그리기 숙제도 해줘야 되고,엄마들 영어모임에 영어단어 50개도 외워야 되는데...
김치 맛이 동네에서 인정받으면 제가 양념에 들어간 재료들 가르쳐 드릴께요. 희한한 것 들어 갔거든요.
김장 맛있게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