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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주부의 알.콩.달.콩 - 29. 왼 발의 가장자리..그 중심에서..


BY 꼬마주부 2001-11-30

29. 왼 발의 가장자리..그 중심에서....

늦은 아침에 부시시 일어나서 침대를 막 벗어나려고 방에 발을 딛었는데 욱씬 하고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지는 겁니다.
아침 10시가 넘었는데도 아직도 비몽사몽이었던 저는 그냥 꿈이려니..하고 욕실로 가서 세수를 했지요. 욕실바닥에 맨 발을 대고 쭈구려 앉아 세수를 하는데도 왼 발 바깥쪽이 따끔거렸습니다.
대충 세수를 하고 방으로 다시 들어 왔더니 방 바닥에 작은 핏자국이 두 개 보입니다. 놀라서 따끔거리는 발을 들여다 보았더니 왼 발 바깥쪽에 작은 상처가 있고 살 속에서 뭔가 만져지는 겁니다. 왼 발 바깥쪽을 들여다 보기가 생각보다 힘이 들어서 대충 손으로 꾹꾹 짜다가 직장에 나왔습니다.

걸을 때마다 따끔거리데요.
아침엔 그렇게까지 아프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상처 근처로 통증이 도미노처럼 퍼졌습니다.
저녁무렵에 양말을 벗어보니 상처가 까맣게 되서 건들기만 해도 아팠습니다. 갑자기 겁이 덜컥 나데요.

'유리조각이 박혔나? 유리가 살 속을 막 파고 들면 어떡하지? 근데 왜 방에 유리가 있어? 이거 혹시 내가 신랑 양말 꼬매고 아무렇게나 놓아둔 바늘 조각이 박힌거 아니야? 맞아, 아무래도 바늘 같아...헉..바늘이 박히면 혈관으로 들어간다고 했는데? 혈관 속에 들어가서 막 몸을 찔러대다가 죽는다던데? 한 번 혈관으로 들어가면 찾지도 못한다던데...어떡하지?...그럼 다리 잘라내야 되는 건가?...방에서 발에 꽂힐만한 건 바늘 밖에 없는데....헉....'

무뚝뚝이 신랑한테 잽싸게 문자를 날렸습니다.

<발에 바늘 들어간거 같아...아파서 걷지도 못하겠음>

<바늘이 니 발에 왜 들어가? 이따가 빼줄게>

<지금 걷지도 못하겠어..어떡해..>

<뭘 어떡해, 기어서라도 집에 와. 이따가 빼줄게>

치, 당장 달려오지는 못할 망정...

밤이 되었습니다. 저녁 내내 발을 웅크리고 다녔던 저는 11시가 넘어 온 신랑에게 발부터 내밀었죠.
"이거 봐, 이거 봐. 아파..바늘이 들어갔을거야...어떡해...바늘 조각 못 찾으면 어떡해....빨리 찾아봐."
"알았어, 알았어. 참내, 이 것도 상처냐? 너무 쪼끄매서 뵈지도 않는다. 옷 좀 갈아입고..기다려."
"엉엉...한 시가 급해..늦으면 손을 쓸 수 없을 지도 몰라.."
"별 소릴 다해. 이렇게 해봐. 어? 손 끝에 뭐가 닿네? 뭐가 박히긴 했네?"
"거봐 거봐. 아파아파..손만 대도 아프단 말이야..조심해서 빼..더 깊이 들어간단 말이야..."
"누가 들으면 수술하는지 알겠다. 몸 꿈틀대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지 빼지. 고까짓것 하나 빼면서 별 몸살을 다 하네."
...신랑은 티비를 봐가며 대수롭지 않게 손톱깎기로 몇 번 건들더니 금새 쑥!..아니..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허무하게..빼버렸습니다.
"나왔다!"
"뭐야, 뭐야? 바늘 맞지, 맞지?"
"바늘 같은 소리 하네. 이거 뭐냐? 두꺼운 비닐인가? 플라스틱도 아니고 유리도 아니고...참 내...이런 것도 발에 박히냐?"
신랑이 손가락 끝에 올려 둔 것은, 유리는 커녕 나를 죽음에까지 몰아넣었던 바늘은 더더욱 아닌 좁쌀 보다 더 작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슨 부스러기였습니다.

"뭐? 바늘? 아이구, 어디가서 가시에 찔렸었다는 소리도 하지마. 이거 하나 못 빼서 하루종일 발에 매달고 다녔냐? 매달려 있던 이 부스러기가 불쌍하다!"

치..누가 못 빼서 그랬나? 바늘 아니면 다행이지 뭐. 그리고 뭐, 왼 발 바깥쪽 들여다 보기가 쉬운 줄로 아나? 한 번 보려면 요가 자세를 다 해야하는데, 들여다 보기도 힘든데 무슨 수로 그걸 빼..

여러분도 한 번 해보시라구요..왼 발 옆 가장자리, 그것도 정통 가운데 보시려면 온 몸이 다 꼬일걸요?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바늘로 상상하는 건 당연한 건 아닌가요?...제가 넘 상상력이 뛰어났나요?

에구, 아무튼 아줌니닷컴 여러분들도 조심조심 방바닥 조심, 쓸어낸 방바닥도 다시 보세요....

엄살쟁이 꼬마주부 물러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