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주부의 알.콩.달.콩
5.
복권
"내가 버는 것으로 살림을 하고 신랑이 버는 것으로는 몽땅 저축을 해야지. 그럼 일 년에 천만원도 넘게 저축을 하게 되니까? 3년이면 3천만원이 훨씬 넘어서...5년이면 5천만원...그럼 5년 안에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겠다. 야호! 집 사는거 별거 아니네? "
결혼 한 달을 남겨 놓고까지 제가 꿈꾸던 살림상(想)이지요.
하지만 이건 결혼과 동시에 모두 꿈,꿈,꿈이 되어 버렸어요.
계획에 없던 자동차와 컴퓨터를 구입하면서부터 시작된 우리의 허덕이는 살림에 전 그만 기가 질리고 말았죠.
무리를 하긴 했지만 허리띠 가뿐히 졸라매고 자동차와 컴퓨터 할부금만 메꾸면 그리 어려운 살림은 안 살겠다고 생각했거든요. 40여만원이 넘는 할부금과 가지가지 여러 가지 내야 할 각종 살림 요금과 경조사비 등에 우리는 결혼 6개월에 내 집마련 꿈은 커녕 굶지 않는게 다행이었죠.
왜 그렇게 내야 할 것이 많은지...결혼 전엔 엄마 등 뒤에 묻혀서 졸졸 따라다니기만 해도 ?瑛?친지경조사에도 우리 이름을 단 봉투를 준비해야 했구요, 콩나물 두부 상추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홈매트 등 바퀴박멸제까지 내 돈 주고 사려니까 아후~ 알게 모르게 돈 나갈 때 천지인거예요.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전기세, 수도세, 전화세 뭐라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지출 목록을 쫙 적어놓고 하나하나 짚어나갔죠. "전기/수도세..tv를 안 볼 순 없고 목욕을 안 할까?..전화세..pcs를 없애? 집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 답답해서 어떻게 살아?...교통비..걸어다녀? 걸어다니다 배꺼져서 먹는 돈이 더 들겠다. 신문?...신문 안 보면 남북통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도 모를거야. 보험료? 갑자기 내가 암이라도 걸리면 신랑은 돈도 없는데...통신비..30% 할인해서 쓰는데 감사해서라도 써야지....아후, 대체 뭘 줄여야하지?"
다 필요해서 줄일게 없는거예요. 가계부를 붙들고 한숨 짓고 있다보니 세상의 아줌마들이 다 존경스러워지는거 있죠. 그나마
나는 둘 뿐인데 아줌마들은 자녀1,2까지 거느려야 하니 얼마나 아끼고 또 아껴야 할까, 싶으면서 애들 넷을 낳고 기른 울
엄마가 새삼 위대해 보이는거예요. 아, 나도 아줌마들의 고유 동작을 어느새 그대로 밟을 때가 온거죠. 가계부를 보다 말고 혼자 상념에 빠진 나를 신랑은 옆에서 귀를 후비며 왜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봐요.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줄일게 없다면 방법은 하나 뿐이죠. 돈을 많이 버는거요! 돈을 벌어야 겠어요.
...주택복권을 시장 다녀 오는 길에 샀어요. 다른 땐 뭐 그딴 요행을 바라냐며 아저씨들이나 복권 사는거라고 잘난척 했었는
데 요행이니 잘난척이니 체면 차릴 형편이 아니죠. 줄일게 없는데 요행이라도 바래야죠. ^^*
추첨을 기다리는 시간이 참 긴장되고 스릴 만 점이더군요. 두 장을 샀는데 1,000원과 2,000원이 당첨?獰楮? 야호!
남들은 500원도 잘 안되는데 난 3,000원이나 ?獰楮? 3,000원을 받아서 과일 사먹을까 하다가 그걸 다시 주택복권 3장과 바꿨어요.
추첨은 이 번주 일요일이예요.
3장이나 있으니 확률은 더 높은거죠?
3,000원 당첨에 그만 가슴이 부풀어서 나는 다시 꿈을 꿔요.
"이 번엔 셋 다 2,000원에 당첨되고, 다음엔 10,000원씩에 당첨되고, 그 다음엔 1,000,000에, 그 다음엔 30,000,000 그 다음엔....3억..억! 우와 그럼 1년내에 집 살 수 있겠다. 야호! 집 사는거 별 거 아니네." 라는 꿈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