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를 임신해서 내배가 불러오자 남편배도 함께 점점 불러오기 시작했다.
남편의 어린시절 앨범에는 못먹고 못사는 나라의
어린 아이를 연상하는 긴다리 긴팔에 꾀죄죄한
촌머슴아 모습과 대학졸업앨범도 역시나 기형적으로
긴다리에 긴팔에 장발머리의 정말 볼품없는 사진뿐이었다.
약혼할때 친정어머니가 사위감이 무릎뼈만 툭 불거져서
안쓰럽다고 할정도였다.
근데 이남자.
마누라 하난 기가 막히게 만나 결혼과 동시에 허니문 베이비를
가진 내배가 불러오자 함께 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주위에선 금슬이 좋으면 그런다더라 하며 부러워하고 장가가서 두둑하니 살이오른 남편덕분에 울 시엄니 별루 이쁘지두 않은 막내며늘 대한민국에
다시없는 며늘마냥 이뻐해 주셨다.
열달후 천사같이 이쁜 딸 아이를 낳은후 3개월만에
아가씨때 입었던 옷을 다시 입을수 있을정도로
나의 몸매는 다시 돌아왔건만 남편의 불러진 배는
가라앉을 줄 몰랐다.
연년생으로 둘째 녀석을 낳은 후에는 첫째때보다는
쬐끔 시간이 걸렸지만 1년여만의 피나는 노력끝에
옷가게에 가면 아가씨라 불러줄 정도의 몸매가 되었다.
지금 이글을 쓰는 순간 우리 딸내미가
"치 엄만 그 말 진실로 믿었어?
다 장삿속이지. 아마 딴 아줌마들한테두 다 마찬가질걸"
여하튼 이 아줌씨 뒷모습만 보면 남학생이 따라올 정도의
날씬한 몸매가 되었건만
영원한 인생동반자. 울 남편이 좋게 표현하면
아주 상당한 무게가 나가는 중후한 중년 남자가 돼 버린것이다.
적당히 벗겨진 이마에 얼굴엔 기름기마저두....
이사후 나중에야 친구가 된 옆집아줌마도 내가 세컨드(?)인줄
알았다며 겨우 3살차이가 나는 울 남편을 굉장히 어려워 하더군여.
울 남편 천성이 쬐끔 게을러서(?) 좀체 몸 움직이는걸
싫어하죠. 하지만 본인은 이건 전형적인 직업병이라며
할말이 많죠.
비만에 웬 직업병?
울 남편 영업관계일을 하다보니 출근시간은 있으나 정해진 퇴근시간은
없어 매일 밤 10시가 퇴근시간.
죽어도 식당밥은 싫다며 별스런 반찬두 없는
마누라가 차려주는 밥상만 원하니 그 시간까지 굶주림에 수북수북
공기밥이 두개는 기본이니 그게 다 어디루 갑니까.
엊그제 단풍놀이 가서 딸아이에게 카메라를 맡기구
야한 포즈로 남편을 두팔로 꼭 끌어안고 사진을 찍으려니 결코 짧지 않은 나의 두팔을 있는힘껏 늘려서야 두손이 닿더군여
그야말루 배둘레 햄....
불룩 튀어나온 배로 인해 그 배꼽은 깊이는 알수 없으나
쬐끔 과장해 커피한잔은 족히 들어갈껄.
이러니 그 움직임이 얼마나 굼뜨고 무겁겠어요.
멀리서 어기적 어기적 걸어오는 모습은
우리 어릴적 시골에서 비오는 날이면 장독대옆에서
어기적거리는 한마리 두꺼비를 연상하기에 충분하죠.
시댁에 가서 나란히 앉아있는 아들녀석과 남편을보며
"어머니, 어머니 작품보다 제 작품이 훨~씬 나은것 같은데요
애비는 꼭 두꺼비 같애요. 전 개구리처럼 날씬하고 날렵한
신랑이랑 살고 싶은데요.."
"얘. 애비도 성국이 나이땐 성국이 못지 않았다.
얘가 누구 닮아서 이렇게 인물이 훤~한데. 다 지 애비 닮았지"
그리고 옛부터 두꺼비가 복을 상징한다지 않니?"
나이 사십이 다된 막동이아들을 아직두 우물가에 내논 애마냥
노상 걱정하시는 어머니니 어머니 눈에는 아직두 잘생기고
잘난 아들로만 보이겠지요.
아침도 굶겨보고 헬스티켓을 끊어도 주고 별별 방법을 다 써두
남편의 삼겹살은 요지부동..
우리 딸아이만 신이 났죠.
아빠배가 푸등푸등하니 통통두드려두 잘 익은 수박소리가 나지요.
가지고 놀기 딱 좋은 딸아이의 장난감이 되었지요.
하지만 늦은 이 밤까지두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 위해
오늘 하루도 수고가 많았을 우리 남편.
두꺼비남편이면 어떻고 나이보다 훨 늙어보이면 어떻습니까.
우리가정을 든든히 지탱해주는 남편이 있기에 우리가 오늘도
이 안락함을 즐길수 있는걸요.
여보야. 항상 고맙고 감사해. 그리고 사랑해.....
오늘 저녁반찬은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신김치에 비계적당히
섞인 맛있는 돼지고기 김치찌게.
건강에만 지장이 없다면 자기가 아무리 어기적거려두.
이마가 훌러덩 벗겨져두 이 아가씨같은 마눌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