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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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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글뽀글~~~~구불구불~~~~~생머리


BY seon004 2001-02-06

이른 아침 눈을 뜨게 하는것은 tv뉴스.
봄날 같은 날이라며
추위가 물러갔다는 소리며
며칠을 앓고 누워있는 나에게 반가운 소리.
허걱허걱 일어나 예쁜 분단장을 하고 서둘러 머리를 말러 갔다.
꽃피는 춘삼월이 되기전에 머리를 말아
나들이 갈 때를 대비하여 자연스러운 펌을 만들기 위해서
아직도 쭐쭐대는 콧물을 뒤로한채로...

나보다 더 부지런 떤 이가 있어 앉아서 기다리다
펼쳐든 잡지책엔 온통 性이야기 아니면 야그가 안되는지
도배를 했고 어느 연예인의 패션경향이라나 하는 거며,
여튼 멜라꼬닝하고 보자니 그렇고 안보자니 동물적인 촉수가 근질근질대고,
쭈르르 훑어가다보니
어찌 그리도 모두 머리를 근사한 모양으로 하고 있을까나
삼십몇년을 더 살았는데도
난 미용실에 올때마다 어떻게 해야 나랑 어울리는지 알지를 못하는데
이머리도 예쁘고 저머리도 예쁜데 나랑은 너무도 거리가 멀어.

예전에 여고를 졸업후에 내가 제일 먼저 할 일은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팍팍 ?쳄별킴?
머리만 ?쳄만?어른이 되는 줄 알고서리
그게 예쁜지 알고서리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빠글빠글.
생머리의 그모습 그대로가 더 예쁘고 앳되고 신선해보이는데
그걸 모르고 완전히 좌판에서 골라골라 하는 아줌마의 머리가 되었던 시절. 그땐 그게 이쁜지 알았다.

그때의 빠글빠글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그래도 나름데로의 멋을 부리고
약간은 짧게,
약간은 굵은 롤로 만들어
맥라이언을 흉내내지만
아무리 공을 들이면 뭣하나 판은 바꿀 수 없는데...

날이 우중충하니
우울한 날이다.
꽃피는 봄은 기대하지 않지만
그래도 기다리긴 한다.

나도 한번 긴머리의 소녀가 되어볼 심산으로 빠글빠글 하지 않고
그냥 나와 버렸다.
또 누가 알아.
일찍 끝나 버린 긴 생머리의 아가씨가 지금이라도 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