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또 한번 제의를 한다.
제발 인터넷 끊어버리자고.
이렇게 애걸복걸하는 내게
남편은 내 취미생활로 생각해달라며
끝끝내 내 의견을 따라주지 않는다.
우리집 전기세가 말도 못하게 나왔다.
나는 그 주범을 컴퓨터로 잡아댔다.
내 남편..
자상표 KS마트 찍혀서 나온 사람같이
참 잘하는 사람이다.
헌데 왠일로 나와 아이들 위해 깔아놓았다는
인터넷이 순전히 그의 겜방 구실을 하느라
요즘은 거의 짜증수준에 다달았다.
한번 붙잡고 있으면 아마 배고픈것도 잊고
전념 또 전념하리라.
그 전념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를 화가 난다.
그 시간에 나와 같이 차라도 한잔 마시며
두런두런 말이라도 시켜주지
왠일로 마우스 튕겨대느라 내가 이를 가는지
가자미눈을 뜨는지 도통 모르는사람이다.
한번씩 너무 게임에 열중인 그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내 애인을 기계에게 빼았겼다는
묘한 기분까지 든다.
거의 미치는 수준까지 왔나보다.
컴퓨터 한대로 인해 인터넷사용료와
열심히 전기 잡아먹는 탓에 우리집 한달
푸짐히 고기반찬 연신 해대며 먹을 돈을
조금의 인정도 하고 싶지 않은
그 노릇에 들이 붓고 살고 있다.
이 곳에서 좋은 님들 만나
좋은 글 접하는 기쁨역시 못지 않지만
나의 가계부에 늘 붉은 선이 쫙쫙 그어지는것보다
뭔가 방도를 찾아야 하겠다.
이 남자는 모를것이다.
요즘 내가 그를 얼마나 미워하고 있는지...
전에는 이러 이러 했음좋겠다..얘기하는것에
거의 그래~그게 좋을것같아..맞장구 쳐줬던 그인데
컴퓨터 만큼은 절대 양보를 못한다니
솔직히 오기가 생겨서 참을수없다.
나는 우리집에서 텔레비와 컴퓨터가 없어지는 날이
진정코 가족문화가 제대로 잡히는 그런 날이라
입버릇처럼 말을 한다.
정말 당분간 내 눈앞에서 텔레비와 컴퓨터가 보이지
않았으면 참~좋겠다.
헌데 어쩌랴..
나역시도 이 곳 세상에 맛을 들여가고 있으니...끌끌.